[기획] ‘게임’마저… 中, 한국 삼킨다

입력 2016-07-07 04:00

“이제 텐센트에 저항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그저 투자 회수를 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죠.”

6일 게임업체들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에서 만난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게임 업계가 중국 텐센트에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A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구글, 애플에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하듯이 게임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에는 우리 업체들이 텐센트에 대항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중국 업체들의 투자 회수를 걱정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더 이상 한국 업체에서 배우거나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6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상위 20권에 올라 있는 게임 중 8개가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것이다. 이미 게임 완성도 면에서 국내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몇 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데다 최근 출시된 ‘오버워치’가 가세하면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 업체들은 텐센트 등 중국 업체들의 투자에 의존해 왔다. 한국 게임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중국 업체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텐센트는 2014년 넷마블게임즈에 5330억원을 투자하며 3대 주주가 됐고, 라인과 함께 네시삼십삼분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텐센트는 이미 우리 게임 업계가 상대하기 힘든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버렸다. 텐센트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 세계 게임 업체를 빨아들였다. 텐센트는 지난달 86억 달러에 핀란드 모바일 게임 업체 슈퍼셀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회사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도 자회사이고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도 텐센트가 주요 주주다.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망라하는 거대한 텐센트 제국이 세워진 셈이다.

따라서 요즘 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됐다고 한다. 10년 이상 게임 분야에 몸담은 B업체 관계자는 “텐센트가 최근 들어 국내 업체에 소규모 투자는 거의 안 하는 분위기”라며 “10억∼2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던 다른 중국 업체도 움직임이 없다. 이제 투자할 메리트를 못 느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의 도전 의지도 꺾이고 있다. 텐센트 진영이 워낙 막강해 이들과 경쟁할 게임을 만들 자신감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게임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초창기만 해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지만 요즘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마케팅까지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에서 만든 게임을 중국에 진출시키려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출시조차 거부당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자본력과 콘텐츠에서 중국 업체들에 서서히 종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내 게임산업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액은 32억2183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 중 절반이 넘는 55.3%를 차지했다. 방송(7.3%), 음악(6.2%), 영화(1.5%)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앞으로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여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