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무혐의 파장… 4년간 헛심 쓴 공정위

입력 2016-07-06 19:01

‘한국판 리보(LIBOR) 스캔들’로 불렸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이 조사 개시 4년 만에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됐다. 논란은 종식됐지만 4년간 불필요한 일에 힘을 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업계 모두 패자가 됐다.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 시책에 충실히 따라 ‘미스터 물가’로 불렸던 당시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과욕이 부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6일 6개 시중은행의 CD 담합 조사 사건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로 사실상 무혐의 결정이다. 조사를 맡은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은행채 금리가 하락했던 2010∼2011년 은행 담당자들이 메신저를 통해 서로 관련 정보를 교환한 것을 주요 증거로 들어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 격인 전원위원회는 은행들의 CD 발행 시점이 비슷하지 않고 최대 3년9개월 차이가 난다는 점, 메신저 대화 내용만으로 구체적 담합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김석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담합으로 판단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던 2012년 7월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리보 금리 조작이 드러났다. 미국 법무부와 영국 금융감독청은 같은 해 6월 바클레이스 등 대형 은행들이 리보 금리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리보는 런던 은행 간 금리를 뜻하며 파생상품 등 국제 금리의 기준이 된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부상했다. 공정위 조사 착수 1주일 전 경제부처 수장들은 서별관회의에서 가계부채 대응책을 논의했다. 당시 공정위는 김동수 위원장 취임 이후 ‘물가위원회’로 불릴 정도로 라면 등 식음료품 가격과 관련된 사건에 열중했다. CD 담합 조사 역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김 위원장이 무리하게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공정위 내에서 이 사건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였다. 위원장이 두 번 바뀌고서야 결론이 났지만 지난 4년간 공정위와 시중은행이 허비한 비용은 막대하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김 위원장 시절 정부 경제정책에 발맞춰 무리하게 조사한 사건들이 요즘 법원에서 계속 뒤집히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뉴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