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흔드는 ‘아니면 말고’식 고소·고발 더이상 안된다

입력 2016-07-06 19:34 수정 2016-07-06 21:44

서울서부지검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일부 교인들의 ‘아니면 말고’식 고소·고발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사하지 말라’(고전 6:1∼11)는 성경말씀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의혹 제기로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책임한 고소·고발에 책임 물어야=조 목사를 횡령혐의로 고발한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교바모)은 검찰에 항고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의 수사내용으로 볼 때 무혐의 처분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교바모는 특별선교비를 빼돌렸다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선교비를 어디에 썼는지 증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죄를 지었다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죄를 짓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죄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발한 셈이다. 무분별한 고소·고발의 전형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이유는 고소·고발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교계단체들은 고소·고발 단계에 불과한데도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비리인물로 낙인찍는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무혐의나 무죄 결정이 나와도 이를 바로잡는 데 매우 인색하다. 피해자 입장에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교회 내 일부 인사들은 바로 이런 점을 노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고소·고발전을 벌인다. 고소·고발을 주도하는 세력 중에는 교회 내 헤게모니와 부당한 이권을 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더 이상 이권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교회나 담임목사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의적인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혐의나 무죄라는 결론이 나와 고소·고발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경우 고소·고발인에게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기자회견까지 열어 근거도 확실치 않은 의혹을 대단한 비리인 것처럼 폭로한 교바모에 대해서도 사과와 반성,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3월 명분없는 기자회견과 고소·고발 등으로 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교바모에 대해 해체를 촉구한 바 있다.

◇악의적 소송, 폐해 심각=한국교회에는 악의적 소송을 통해 목회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회공동체를 분열시킨 사례들이 많다. 2004년 서울 K교회 일부 세력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원로목사의 재정의혹을 폭로했다. 원로목사 반대 측은 ‘목회시절 원로목사의 재정비리가 있었기 때문에 5년 치 장부를 검사해야 한다’며 샅샅이 뒤진 뒤 고소·고발을 제기했다. 그러나 원로목사 측이 목회·선교비와 관련된 영수증을 모두 제출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 분쟁으로 K교회가 크게 위축된 것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경기도 성남 B교회도 2010년 담임목사에 대한 200억원 횡령의혹, 성추문 등의 악의적 비방으로 갈등이 시작됐다. 담임목사 반대 측은 성도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온라인 모임도 만들어 세력을 규합하고 법원에 장부열람을 요청했다. 검찰조사 결과 담임목사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교회는 악의적 비방과 고소·고발로 1년6개월 간 진통을 겪으면서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담임목사를 반대하던 인사들은 결국 교회를 떠났다.

◇교회 흔드는 악의적 분쟁 경계해야=일부 인사들의 고소·고발 전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선의의 문제제기와 악의적 비판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대형교회나 그 목회자는 불의하고 이를 공격하거나 비판하면 의롭다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부터 경계해야 한다. 오직 사실과 성경에 근거한 문제제기만이 선의일 수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지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일반 사회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는 분명히 달라야한다. 마찬가지로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질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만약 그 차이점이 없다면 예수를 믿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악의적 비판으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의 몸된 교회공동체라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면서 “‘예수님이라면 그 말을, 그 일을 정말 하셨을까’를 고민하면서 행동해 달라”고 조언했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도 “‘송사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 성경적”이라면서 “소송을 하면 그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돼 있다. 정 안되면 분립개척을 하라”고 충고했다. 또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수천번 진실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있다”면서 “이런 소송의 본질은 교회 재산, 건물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며 배후에는 맘모니즘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기 의를 법정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공교회성이 없다는 뜻”이라며 “근거 없는 악의적 비판이 뉴스로 나오면 지역의 작은 교회는 정말 초토화된다. 제발 교회사랑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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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