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물리학자 김상욱 “이제는 과학이 교양이다”

입력 2016-07-07 17:55
물리학자 김상욱(46·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의 칼럼 모음집이다. 과학, 사회, 교육,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건드렸고, 글 하나의 분량도 길지 않다. 책의 외형만 본다면 소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이 풍기는 분위기가 제법 거창하다. 우선 추천사 목록이 이례적일 정도로 길다. 과학자, 인문학자, 작가, 서평가 등 30여명이 이 책을 추천했다. 다들 그동안의 저술 활동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들이다. 출판사는 ‘과학이 포함된 진짜 인문학 서적’(정지훈), ‘과학과 인문에 재미까지. 뭘 더 바라겠는가?’(장대익), ‘풍진 세상 쑥덕공론 속에 핀 소통화(疏通花)’(김탁환) 등 추천사를 카피로 만들어 페이지마다 맨 아래에 늘어놓았다.

또 책 표지에는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이란 부제를 붙여놓았다. 띠지에는 ‘세상에 없던 과학책’이란 문장도 보인다. 좀 ‘오버’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나도 추천사를 하나 보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술술 읽히면서도 알맹이가 단단하다. 과학을 사회적 언어, 시민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전개되고 있지만 김상욱의 솜씨는 단연 돋보인다. ‘여름휴가 배낭에 넣어도 조금도 무겁지 않은 과학책’이라고 할까.

‘우리에게 잉여를 허하라’라는 글을 보자. 저자는 언어는 물론, 통신, DNA에도 잉여가 있고 잉여성이란 게 불가피한 속성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이 시대에 만연한 “잉여는 필요 없는 것이란 생각”, 즉 효율 지상주의를 꼬집는다. 그는 “특허청 직원 아인슈타인의 잉여 연구가 상대론을, 고장 난 기계를 고치던 스티브 잡스의 잉여짓이 애플을 낳지 않았는가”라며 “잉여의 중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계로 절약된 시간을 우리의 행복으로 전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올해 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력파의 발견에 대해서도 그의 해설을 들어보자. 그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는 존재하는 파동의 절반만 본 것이다. 중력파 검출로 이제 세상을 보는 완전한 눈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중력파를 보지 못한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력파의 신호가 너무 약해서 그렇다”는 답변이 나온다. 그리고 “사실 당신이 있는 건물도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느끼지 못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 세상의 어떤 물체도 결코 정지 상태에 있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많은 저술가들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제는 과학이 교양이다”라고 외치며 현대인의 교양 목록 안에 과학을 들어앉히려는 저자의 노력을 지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도 결국 그 방향으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황우석, 새만금, 4대강, 광우병, 지구온난화, 신종 인플루엔자, 천안함, 원전, 메르스, 가습기 살균제. 이들은 우리 사회 주요 사건들의 키워드이다. 이들은 모두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학 없이 일상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과학기술은 지구 전체의 기후를 바꾸거나 ‘인류 절멸 전쟁’을 일으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무엇인지, 기계와 인간의 차이가 무언지와 같은 것을 진지한 과학적 연구 주제로 만들고 있다.” “빅 히스토리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역사를 과학에게 내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그냥 할 수 있으면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당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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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