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 부동산 비중 줄이고 금융자산 늘렸다

입력 2016-07-07 00:01

부동산은 제외다. 현금은 물론 예적금 보험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다면 당신은 부자다.

21만1000명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부자들은 이런 금융자산을 총자산의 43.6% 정도로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은 51.4%, 기타 예술품 회원권 금 등은 5.0% 비율로 자산을 구성했다. 일반 가구보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낮고 금융자산은 월등히 많은 구조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6일 2016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있는 응답자 400명을 중심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국내 가계의 평균 자산 배분은 금융자산 26.5%에 거주용을 포함한 부동산 68.2%의 비중을 보인다. 한국의 부자들도 2012년까지는 부동산 대 금융자산 비중이 59.5% 대 35.6%였다. 4년이 지난 2016년 조사에선 51.4% 대 43.6%로 달라졌다. 금융자산 비중이 8% 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KB경영연구소는 “과거에 비해 낮아진 부동산 투자수익률, 보험 연금 등 자기 금융자산의 증가 추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동산’을 꼽은 사람도 2011년 45.8%에서 2016년 21.0%로 확 줄었다. 부자들의 구체적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로는 현금을 포함한 예적금이 41.7%, 보험 18.5%, 주식 17.2%, 펀드 11.9% 순이다. 채권 신탁 ELS 등은 한 자릿수 비중이다. 총자산 100억원 이상인 이른바 ‘슈퍼리치’는 주식 펀드 채권 등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여유자금을 투자수익이 높은 상품에 쏟고 있는 결과다.

부자들의 관심사

세계의 억만장자들은 인생에서 겪는 세 번의 위기로 경제위기, 규제 및 세금, 그리고 상속과 증여를 꼽는다. 한국 부자들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안정형+안정추구형을 선호한다는 대답이 52.1%로 공격투자형+적극투자형 12.3%보다 월등히 높았다. 저금리 저성장 환경이 고착화되고 자본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다.

특히 한국의 부자들은 투자 결정 때 세금을 중시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안정성이나 수익성보다 세금 아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5.0%로 전년 대비 16% 포인트 증가했다. 현재의 세금이 과도한 수준이란 부자들의 대답은 65%를 넘었으며, 세금이 재무적으로 부담된다는 응답도 59%나 됐다. 장기 불황에 취업난으로 ‘단군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의 등장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자산을 대물림하려는 부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재산의 사회 환원을 계획하는 이는 1.7%에 그쳤고 42.5%는 미정, 나머지는 상속 및 증여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누가 부자인가

세계적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라고 본다. 한국에 적용하면 금융자산만 10억원 넘게 보유했다는 뜻이다. KB경영연구소는 한국은행 금융자산 통계, 통계청 가구자산 분포, 국세청 종합과세 통계 등에 국민은행 개인자산 분포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 모형을 만들어 이런 부자가 21만1000명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1년 추정치 14만2000명에 비해 6만9000명 늘어난 수치다.

[경제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