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사건이 사실상 무혐의로 종지부를 찍었다. 국내 초유의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한 제재 의지를 갖고 4년간 조사해온 것이라 시장의 관심이 지대했다.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면 은행 신뢰도가 국내외적으로 문제되고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공정위는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 금리 담합 의혹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 결과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의 절차 종료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재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지만 내용상으론 무혐의 선언에 다름 아니다. 허무한 종결이다.
당초 공정위 사무처는 6개 은행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CD 발행금리를 금융투자협회가 전일 고시한 수익률 기준으로 발행하기로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은행들은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정한다. 그래서 시중금리보다 CD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이자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이런 담합으로 부당하게 대출이자 수입을 늘렸다는 게 사무처 주장이다. 6개 은행 실무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CD 금리와 관련해 대화한 점 등을 증거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은행의 반론을 들은 전원회의는 은행별 CD 발행 시점의 격차가 상당하고, 메신저 대화에 CD 발행과 무관한 실무자도 포함된 점 등을 들어 사무처 주장을 배척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처음부터 무리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불충분한 증거를 갖고 무리하게 담합으로 추정하면서 4년을 허탕쳤다. 인력과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있어 전원회의에서 오류를 인정했다고 하니 전문성 부족마저 드러냈다. 이로 인해 시장의 혼란만 초래했다. 그간 금융소비자원이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은행들은 법률적 대비에 나서면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게 치렀다.
공정위가 지난 4일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하는 내용의 심사 보고서를 뒤늦게 발송한 것도 문제다. 합병 법인의 방송이 경쟁제한(독과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한데 이런 ‘단순한’ 결정을 내리는 데도 7개월이나 걸렸다. 시간을 질질 끈 것은 본질을 다루려 하기보다 정치권, 방송계, 통신업계 등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업계 M&A 사안이든, CD 금리 담합 의혹이든 불필요한 늑장 심사, 부실 심사는 소모적 논쟁만 불러일으킨다. 이 모두 공정위의 무능과 무소신이 빚은 결과다. ‘경제검찰’다운 책임의식이 아쉽다.
[사설]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로 결론 난 ‘CD 금리 담합’
입력 2016-07-06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