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경찰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적용한 혐의는 성폭행이다.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를 마치고 투숙한 호텔에서 스마트폰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앱)으로 23세 여성을 유인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강정호는 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은밀한 만남’의 유혹에 빠졌을까. 이 일로 창창대로였던 강정호의 미래는 백척간두에 놓이게 됐다.
그날 밤 무슨 일이?
미국 일간 시카고트리뷴이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강정호는 지난달 17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컵스 원정 2차전을 마치고 번화가인 미시간애비뉴의 웨스틴호텔로 돌아갔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0대 6으로 완패한 날이었다. 강정호는 5번 타자 맷 조이스의 대타로 한 차례 타석을 밟았지만 안타나 볼넷을 수확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강정호는 호텔방에서 스마트폰 데이트앱 ‘범블(Bumble)’에 접속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 앱은 주변 이용자를 검색해 프로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남녀의 만남을 주선한다. 만 17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성인용이다. 영국 런던에서 개발돼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인기 앱이다. 앱의 캐치프레이즈는 ‘인연의 시작은 여성으로부터’다. 남성은 여성에게 말을 건넬 수 없다.
범블의 특성상 여성이 먼저 강정호에게 접근한 정황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강정호의 혐의와는 별도로 이 여성이 접근한 의도를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여성 진술이 사실일 경우 강정호는 성범죄자 낙인을 지우기 어렵다.
여성은 현지시간으로 밤 10시쯤 강정호의 호텔방에 도착했다. 여기서 강정호가 건넨 알콜성 음료를 마시고 15∼20분 동안 정신을 잃었다. 여성은 “이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이틀 뒤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강정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레이프킷(Rape kit) 테스트를 받았고, 열흘이 지나 경찰에 신고했다. 시카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돌입, 당사자의 진술과 호텔 주변 CCTV를 바탕으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중징계는 불가피하다
미국 언론들은 강정호에 대한 사법처리에 앞서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차원의 강력한 징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지난해 8월22일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맺은 뒤부터 폭력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사법처리와 무관하게 엄단하고 있다.
폭력 절도 마약복용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금지약물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선수들이 늘어나자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논란을 일으킨 선수가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아도 사무국은 중징계를 내린다.
구단이 폭력사건에 연루된 선수를 퇴출한 사례도 있다. 콜로라도 로키스 유격수였던 호세 레예스(33·도미니카공화국)는 지난해 11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아내가 법정증언을 거부하고, 검찰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레예스는 사법처리는 면했지만, 사무국은 5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콜로라도는 지난달 레예스를 방출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루수 헥터 올리베라(31·쿠바)는 지난 4월 원정경기를 떠난 워싱턴 DC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무국은 지난 5월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82경기 출전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협약을 맺은 뒤 처음으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선수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중징계를 피하기는 어렵다. 구단으로부터 방출당할 수도 있다.
혐의를 벗고 복권한 사례도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투수 대니 살라자르(26·도미니카공화국)는 지난해 1월 구단의 팬 페스티벌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고 다음 달 풀려났다. 곧바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했다. 강정호가 결백할 경우 살라자르의 사례가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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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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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