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제도를 악용해 거액의 수입을 챙겨온 브로커와 변호사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광고업자를 통해 개인회생 신청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고리(高利)의 대출을 유도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개인회생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채무자들이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성환)는 지난해 8월부터 개인회생 사건을 집중 단속해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33명과 법무사 8명, 개인회생 브로커 168명, 경매브로커 13명, 대부업자 1명, 광고업자 2명 등 총 225명을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57명은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개인회생 브로커 168명은 변호사 명의만 빌려 의뢰인과 수임계약하고 각종 서류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다. 이들은 빌린 변호사 명의로 3만4893건의 사건을 처리해 546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겼다.
대가를 받고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대여한 변호사 33명과 법무사 8명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대한변호사협회에 해당 변호사의 징계 개시도 신청했다. 법원 경매 업무를 처리하는 브로커 13명도 적발됐다.
이들은 개인 잇속을 차리려고 경제적 위기에 처한 의뢰인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붙였다. 변호사들은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인 속칭 ‘자릿세’ 명목으로 월 100만∼300만원을 받았다. 사건당 20만원 안팎을 ‘관리비’로 따로 챙겼다. 이 과정에서 2년간 2억7000만원의 ‘편법 수입’을 올린 변호사도 적발됐다.
브로커들은 돈을 상납하고 빌린 변호사 명의로 돈벌이에 매진했다. 불황으로 2010년 4만6972건이던 개인회생 사건이 2014년 11만707건으로 235% 증가하면서 브로커들에게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법무법인’ 간판을 달고 10명이 넘는 경매브로커를 고용해 16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기업형 경매브로커 사무실’도 있었다. 처조카사위인 변호사의 명의를 빌려 개인회생팀 2개를 운영하면서 122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챙긴 대부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광고업자까지 동원했다. 광고업자들은 파워링크, 파워블로거 등 각종 방법으로 광고해 개인회생 상담의뢰자를 모집한 뒤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브로커들에게 제공했다.
브로커들은 의뢰인들로부터 수임료를 확실하게 받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이율 34.9%의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브로커가 개인회생 사건을 취소해버렸기 때문에 의뢰인들은 대출금을 우선 갚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해 개인적인 잇속을 챙기는 브로커와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 등 개인회생 비리 관련자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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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개인회생 제도 악용… 변호사-브로커 ‘검은 공생’
입력 2016-07-0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