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광고회사를 차린 건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 도산이 잇따르던 1998년 1월이었다. 직원 한 명 없이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업계에서 그의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국내 유수 기업의 광고를 유치했고, 청와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도 광고를 수주했다. 직원은 30명으로 늘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남자가 친구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광고 선교’에 뛰어든 건 2014년이었다. 그해 10월 ‘복음의전함’이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광고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데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복음의전함 이사장 고정민(48·평촌 새중앙교회) 장로다.
고 장로는 무슨 이유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광고 선교에 뛰어든 걸까. 최근 서울 반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께 진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서 광고 선교에 나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세계 곳곳에 복음광고를”
복음의전함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 단체가 서울 도심 곳곳에 복음광고를 게시하면서다. ‘사랑한다면 눈을 감아보세요’ ‘힘내라는 말 대신 눈을 감아 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물은 지하철역, 시내버스 정류장 등에 내걸렸다. 대형마트 카트에 부착되거나 조간신문 광고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10일부터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도 게시됐다. 광고물은 다음 달 10일까지 뉴욕 시민과 만난다. 고 장로는 “광고에는 힘이 있다”며 광고 선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출퇴근길에, TV나 신문을 보다가 접하는 광고가 몇 개인지 아시나요? 하루 평균 200개쯤 됩니다. 예수님을 안 믿는 사람이라도 광고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면 어떨까’ 고민하게 된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복음광고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복음의전함은 올 하반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전 세계 곳곳에 복음광고를 내거는 ‘6대주 광고선교 캠페인’이다. 복음의전함은 미국 뉴욕, 태국 방콕,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영국 런던 등지에 있는 옥외 광고판 등에 복음광고를 게시할 계획이다.
캠페인 예상 비용은 20억원. 엄청난 액수지만 고 장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광고라는 게 정말 돈이 많이 드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후원에 동참해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랬듯 하나님도 저희를 도와주실 겁니다(웃음).”
복음의전함이 꿈꾸는 미래
광고 선교를 ‘전공’으로 하는 선교단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고 장로는 “만약 비슷한 사역을 하는 곳이 있다면 이 단체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출범한 지 2년이 안 됐지만 복음의전함은 한국교회 안팎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도로 이 단체를 후원하는 ‘기도 후원자’는 3000명,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교인은 1000명이 넘는다. 고 장로는 “미국 슈퍼볼 TV중계 중간광고에 복음광고를 내보내는 게 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슈퍼볼 중계에서 30초짜리 광고의 단가는 60억원이 넘습니다. 이렇게 비싼 비용이 드는 데도 기업들이 앞 다퉈 광고를 하는 건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슈퍼볼 중간광고를 통해 세계인을 상대로 하나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 같아요.”
복음의전함이 벌이는 사역은 광고 선교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전국 미자립교회를 상대로 전도지를 무상 공급하는 활동도 전개한다. 지금까지 전도지를 선물한 교회는 1000곳에 달한다.
고 장로는 “기독교적 의미가 담긴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제작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복음의전함이 벌이는 사역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후원 문의 02-6673-0091).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인터뷰] 세계 유일한 광고 선교단체 ‘복음의전함’ 고정민 이사장 “하나님께 진 빚 갚으려 복음광고”
입력 2016-07-07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