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를 촉발한 폭스바겐이 결국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까지 멈춰 세웠다.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경유차 비중이 급감해 지난달 3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60% 선이 무너졌다. 각종 스캔들로 소비자들이 외면한 결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6일 수입차 상위권 업체 중에서 올해 1∼6월 폭스바겐의 판매량 감소폭이 전년 대비 33.1%로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그룹 계열인 아우디도 판매량이 10.3% 줄었다.
올 상반기 판매대수로 보면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각각 전년 대비 6172대, 1501대 줄었다. 이에 수입차 총 신규 등록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9832대와 비교해 2.6% 감소한 11만6749대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년 대비 13.2% 줄었지만 이후 경기회복과 다양한 신차 출시로 지난해까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왔다.
업계는 폭스바겐그룹의 무책임한 태도에 우리 정부의 경유차 퇴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전체가 부진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 측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총 18조원 규모의 배상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상계획을 내놓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전체 경유차 판매도 급감했다. ‘클린디젤’을 표방한 유럽 업체들의 홍보가 과거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이끈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수입 경유차 선호도는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경유차 비중은 58.4%에 그쳤다. 수입차 중 경유차 비중이 월간 60%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3년 6월 이래 처음이다.
수입차에서 경유차의 비중은 2014년 초부터 매달 70%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73.3%를 기록하기도 했고 올해 3월까지만 해도 69.0% 수준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4월 63.5%, 5월 62.9%로 줄었고 결국 지난달에는 60% 선 밑으로 내려갔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64.8%로 지난해 같은 기간(68.4%)에 비해 3.6% 포인트 감소했다. 수입 경유차 점유율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6년 만이다.
반면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은 늘었다. 수입차 가운데 휘발유·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전년 상반기 대비 각각 1.4% 포인트, 2.2% 포인트 상승한 29.3%와 5.8%다.
하반기에 수입차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낮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 데다 경유차에 제공되던 혜택이 줄면서 수입차 시장 자체가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유럽 브랜드를 향한 반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수입차 시장 자체가 냉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뉴스]
☞
☞
☞
☞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무책임 폭스바겐, 수입차 시장 얼렸다
입력 2016-07-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