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59·왼쪽 사진)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은 전체 인생의 23년을 중국 동부 산시성에서 보냈다. 석탄 주요 산지 산시성을 지역 연고로 석탄·광산회사 임원과 고위관리로 이뤄진 ‘산시방(山西幇)’을 주도했다. 링지화는 지난 4일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하지 않아 사실상 형이 확정됐다.
중국 관영언론은 무기징역 선고 사실뿐 아니라 뇌물수수액이 7708만 위안(약 132억5000만원)이라는 등 링지화 이야기를 상세히 보도했지만 ‘산시방’이라는 세 글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관영매체들이 “링지화가 별도의 파벌을 구성했다”고 맹비난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신화통신은 지난해 1월 산시방을 ‘비서방’(秘書幇·고위간부 비서출신 정치세력)과 ‘석유방’(石油幇·석유기업 고위간부 출신 정치세력)과 함께 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3대 파벌로 지목했다.
중국 언론이 산시방 말고 언급하지 않은 것은 더 있다. 링지화의 형인 링정처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과 미국으로 달아난 링지화의 동생 링완청 문제다. 링정처는 산시방이 반부패 조사로 초토화될 때 낙마했다. 링완청은 링지화로부터 국가기밀을 넘겨받은 뒤 미국으로 달아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관영언론의 소극적 보도는 후진타오 전 주석을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상하이정법학원 천다오인 교수는 “당이 링지화 사건을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나 저우융캉(오른쪽) 전 상무위원 사건 때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않았다”며 “링지화가 후진타오 전 주석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링지화가 저우융캉과 마찬가지로 항소하지 않고 법정에서 죄를 뉘우쳤다”면서 “당과 가족문제를 놓고 거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링지화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링지화가 링완청을 협상카드로 사용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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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링지화, 사형 면하고 무기징역… 이유는 미국 도망간 동생 덕?
입력 2016-07-06 18:23 수정 2016-07-06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