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과르디올라 맨체스터 결투

입력 2016-07-06 21:17 수정 2016-07-07 01:47
2011년 8월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조세 무리뉴 감독(오른쪽)과 FC 바르셀로나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슈퍼컵 1차전을 치르기 전 서로를 외면한 채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조세 무리뉴(53)와 호셉 과르디올라(45)는 애증이 교차하는 사이다. FC 바르셀로나에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무리뉴는 코치였고, 과르디올라는 팀의 주장이었다. 둘은 훈련장에서 전술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았다. 그러나 둘은 감독으로 변신한 후 앙숙이 됐고,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6-2017 시즌부터 무리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지휘한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둘 중 누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인지 투표를 진행하며 라이벌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2008년 6월 무리뉴는 프랑크 라이카르트 감독이 놓은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싶어했다. 그러나 구단 수뇌부는 과르디올라를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무리뉴가 2010년 5월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된 후에도 둘의 관계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11년 4월 20일(현지시간) 열린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 바르셀로나의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골을 터트렸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다. 결국 연장 접전 끝에 레알 마드리드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승골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는 “페드로가 2㎝ 오프사이드라는 걸 잡아낸 선심의 시력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로부터 6일 후 무리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감독은 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룹과 이야기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졌다. 그런데 호셉이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것은 올바른 판정을 비판하는 그룹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말을 듣고 격분한 과르디올라는 “조세가 기자회견장의 챔피언”이라고 조롱했다.

원수가 된 둘은 2013 UEFA 슈퍼컵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다.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은 승부차기 끝에 무리뉴의 첼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둘의 맞대결은 없었다.

무리뉴는 지난 5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특정 감독이나 클럽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양강 체제였고,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선 삼파전이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그렇지 않다. 특정 상대에게만 집중한다면 다른 팀들이 웃게 될 것이다”고 한 발 물러섰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3일 열린 ‘시티즌스 위켄드’ 행사에서 “영국 팬들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며 “프리미어리그엔 무리뉴를 비롯해 클롭, 콩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훌륭한 감독들이 많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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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