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 각서’… 조폭 뺨치는 의령군의회

입력 2016-07-06 18:57

경남 의령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의장 후보 지지를 위반할 경우 거액을 배상한다는 ‘혈서(血書)각서’(사진)를 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의령군의회에 따르면 군의회는 지난 4일 제222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고 의장·부의장, 3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제7대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의장에 출마해 1표 차로 낙선한 A의원이 의장 선거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신을 포함해 6명의 의원들이 지장을 찍은 각서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A의원은 “2년 전 전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동료 의원 5명(당시 새누리 3명, 무소속 3명)과 함께 자신이 전반기 의장을 양보하는 대신 후반기 의장을 맡도록 나머지 의원들이 지지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지만 동료 의원 1명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의원이 공개한 2014년 7월 4일 작성된 각서에는 ‘의장단 구성에 동참함에 있어 약속을 위반할 경우 위반 의원 각각 1억원의 정신적 사회적 보상을 후반기 의장에게 지급하기로 하며, 한 명의 의원이 위반할 경우 약속의 배액 보상을 혈서지장으로 각서함’이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는 의원 6명의 혈(血)지장이 찍혀 있다. A의원은 이어 “혈서 작성에 참여한 6명 중 5명(1명은 의원직 상실)이 후반기 의장선거 때 자신의 지지를 약속했으나 B의원이 기권해 낙선했다”면서 “각서에 명시된 대로 2억원을 보상하라는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A의원의 주장에 대해 B의원은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매번 동료 의원 간 이전 투구하는 선거를 바로 잡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의회질서를 위해 새누리당에 의장단을 내 주자고 한 만큼 정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최근 여러 곳에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일이 법적인 처벌은 어려울지 모르나 패거리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 상 처벌 규정이 없어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도 각서가 강요나 협박에 의해 작성됐다면 문제지만 현재로는 자발적인 것으로 확인돼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고발 등이 있으면 수사할 방침이다.

의령군의회는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전체 의원 10명이 참여해 결선투표까지 벌여 손호현 의원이 5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됐으며, A의원은 B의원이 기권하면서 4표를 얻어 낙선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