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5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기소하지 말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극도로 부주의하게(extremely careless)’ 사용했지만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는 이유다.
기소 여부는 법무부 소관이지만 FBI의 권고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 다만 ‘클린턴이 부주의하게 국가기밀을 관리했다’는 FBI 발표는 대선 후보의 판단능력과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FBI의 불기소 발표 직후 클린턴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올라 첫 공동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수사는 조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극도로 부주의한 국가기밀 관리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워싱턴DC FBI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받은 개인 이메일 중 52개 이메일 묶음 110통에서 비밀정보가 발견됐다. 1급 비밀 8묶음, 2급 비밀 36묶음, 3급 비밀 8묶음이다. 클린턴이 퇴임 후 이메일 수천통을 국무부에 반납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의 적대 국가를 방문한 곳에서도 이메일을 주고받아 해킹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공화당은 수사결과에 반발했다. 클린턴을 소환해 조사하자마자 서둘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드러난 사실만으로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원 사법위원장 로버트 굿랫 의원은 “(수사결과 발표는) 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발표 직후 코미에게 항의전화를 한 뒤 의문점 8가지에 답변을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에서 유세를 갖고 “시스템이 조작됐다”며 “기밀을 유출했다는 결론을 내고도 기소를 하지 말라니 기가 찬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코미가 기소 대상이 아닌 사안까지 시시콜콜 까발린 것은 지나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런 논란 때문에 법무부 최종 결론 이후에도 이메일 스캔들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첫 공동유세 “클린턴 믿는다”
오바마는 FBI 수사결과 발표 2시간 만에 클린턴을 에어포스 원에 태우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으로 날아갔다.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뤘던 지원유세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와 클린턴이 공동유세를 펼친 건 8년 만이다.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은 채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45분간 격정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클린턴을 믿는다”며 “클린턴에게 (대통령) 바통을 물려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를 통틀어 클린턴이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뒤 “트럼프는 여러분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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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극도로 부주의했지만… ” FBI, 힐러리 불기소 권고
입력 2016-07-07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