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호열] IS 테러를 종식시키려면

입력 2016-07-06 18:49

뉴욕타임스는 7월 1일자 기사를 통해 “그동안 미국에 들어와 있는 시리아 난민들은 IS 대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들 중에 상당수가 IS 대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트럼프의 언급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IS에 의해 자행되는 테러가 중동과 유럽 지역에 머물지 않고 미국 본토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IS(Islamic State)는 6년 전 중동 지역에 불어 닥친 ‘아랍의 봄’ 혼란기를 기회로 독자세력이 되어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을 장악해 나갔고,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거점을 시리아로 옮겼다. 그해 6월 29일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Caliph)가 통치하는 독립 국가를 창설하면서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를 지향하는 IS로 명명했다. 이들은 이라크 최대 유전도시 모술을 점령하여 유전을 보유하고 있고, 이슬람 수니파 부호들로부터의 지원을 받아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단체와 달리 영토도 보유하고 있다. 트위터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방 출신 신병 모집과 주요 선전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수립을 선포한 뒤 IS의 이름으로 영국, 미국, 일본 등 외국 기자들과 이집트의 콥트교도들(기독교인)을 참수했고,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씨를 참수한 데 이어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화형에 처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악의 축’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공분을 샀다. 그들은 프랑스 경찰관 부부를 세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하기도 했다. 중국인 인질을 처형하고 러시아 비행기도 격추시켰다. 최근에는 터키 이스탄불, 방글라데시 다카, 이라크 바그다드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제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미 IS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60여개국의 동조를 얻어 IS 점령 도시의 절반 정도를 탈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도 예산안에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8% 증액하여 5343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 중에서 IS와의 전쟁에 88억 달러가 할당됐다.

이라크의 3분의 1, 시리아의 절반을 장악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했던 IS를 몰아내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작전을 확대해 IS의 행정수도인 시리아의 라카와 경제 중심지인 이라크 북부의 모술을 탈환할 경우 IS가 설립한 이슬람국가의 기반이 붕괴되고, 반군 성향을 가진 대규모 조직에서 일개 테러집단으로 몰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대테러 전쟁에 3조4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테러는 그 이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군사적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노력으로 IS를 물리친다 해도 우리는 유사한 극단주의 수니파 단체가 잿더미에서 부활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테러조직의 뜻에 동참해 기꺼이 죽기를 각오한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나 테러는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테러를 종식시킬 순 없다는 경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랍 사회에서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피 값인 ‘디야(diya)’가 지불되지 않는다면 똑같은 피의 복수를 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분노와 증오의 문화가 팽배한 토양에 알카에다와 IS가 등장하자 수십만명의 동조자가 복수를 위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증오와 복수의 문화를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미국과 동맹국은 난민에 대해 막대한 물량의 인도주의적 원조에 의해 소프트파워를 강화시키면서 문화적 수단을 통해 사회적·문화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는 능력인 헤게모니(hegemony) 장악에도 힘써야 한다.

이호열 전 고려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