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의 교회였다. 130년 한국 교회의 뿌리, 서울 남대문교회가 그렇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경성역에 내려 눈을 들면 숭례문 방향으로 제중원과 남대문교회가 보였다. 1950년대, 월남 실향민들에게 남대문교회는 약속의 장소였다. 1960∼70년대 무작정 상경한 이들이 서울역에 내려 고개를 들면 남대문교회가 보였다.”(22쪽)
이 책은 유생들의 반대와 일제의 탄압, 6·25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을 마주하면서도 신앙의 뿌리를 지켜온 ‘성읍 교회 답사기’다. 남대문교회(사진)를 비롯, 훼파된 성읍에 세워진 전국의 30개 교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대문 밖 남대문교회는 한국교회를 품고 가는 역사교회로, 선교와 복음의 중심지 역할을 감당했다. 세상 속 교회로 낮은 자를 향해 읍성 밖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대문 안 108년 된 중앙성결교회는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피며 예수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 행주산성에 있는 행주교회는 125년 전 세워진 ‘언더우드 처치’로 제2의 선교역사를 꿈꾸고 있다.
책은 현재 교회를 지키고 있는 고령의 목사나 장로, 집사 등의 기억, 교회 기록물을 통해 한 세기 앞 교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기풍 목사가 제주 구좌읍 정의읍성에 세운 성읍 교회는 송승언 장로, 이필자 권사 부부가 지키고 있다. “박해야 말도 못했죠. 1948년 ‘제주 4·3사건’과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살기 위해선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교회에 얼씬도 안 했죠.” “전쟁이 나자 많은 피란민이 제주로 몰려왔어요. 그때 교회가 가장 붐볐어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다시 10명 미만이 되고 말았어요.” 팔순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이들 부부의 소원은 정의읍성 사람들이 저마다 성경을 들고 다시 성읍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다.
책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연재된 내용을 묶은 것이다. 현존하는 읍성의 모습과 향교, 동헌, 객사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다수 볼 수 있다. 교회별로 정리된 1920∼30년대 흑백 사진에선 초창기 한국사회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국민일보 종교국 부국장인 저자는 성읍의 역사성과 종교성을 짚어보기 위해 이 연재물을 기획했다. 그리고 지난해 제7회 한국기독언론대상 기독문화부문을 수상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한국 근대사 속 신앙의 뿌리 찾아 떠난 답사기
입력 2016-07-06 19:28 수정 2016-07-06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