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리셋’ 펴낸 김관선 목사]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도 ‘리셋’ 합시다”

입력 2016-07-06 19:27 수정 2016-07-06 21:01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리셋'을 펴낸 김관선 산정현교회 목사는 말씀에 근거한 복음, 예배, 교회, 가정의 초기화를 강조하며 "용기를 내어 말씀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주기철 목사와 조만식 장기려 장로 등 신앙 선조들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서울 서초구 산정현교회는 올해 설립 110주년을 맞았다. 이 교회 담임 목회자인 김관선 목사는 1956년생으로 다음 달 환갑을 맞는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회의 담임을 맡아 사역해 온 지 22년. 그런 그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을 담은 책 ‘리셋’(두란노)을 펴냈다. 목회자로서 추구해 왔던 신앙의 개혁과 종교개혁의 교집합이 ‘초기화(리셋)’라는 생각에서였을까. 최근 산정현교회 목양실에서 그를 만났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밤새 써뒀던 원고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을 때, 정말 억울하고 잠도 안 오죠. 그때 속상해 할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법이란 걸 깨달았지요. 다시 시작하면서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통일’ ‘목회’ ‘개혁’ 등을 주제로 여러 차례 발제와 토론에 나선 그지만 직접 책을 발간하기는 처음이다. 기독교인들이 일상적으로 ‘복음의 왜곡’을 체험하고 ‘왜곡된 복음’을 진리로 받아들인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회자로서 안타까웠다고 한다.

“지인의 병문안만 가 봐도 환자 주변사람들에게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다니더니 왜 병에 걸렸냐? 나아 봐라. 그러면 예수님 믿어줄게’라는 얘길 어렵지 않게 듣습니다. 복음은 내가 건강하고 돈 많이 버는 게 복이라고 하지 않아요. 정직하게 양심을 지키고 손해 보는 삶을 사는 게 하나님의 아들로 사는 겁니다.”

책표지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하얀색 바탕에 책 제목 ‘리셋’을 적고 ‘되돌리기’ 아이콘 하나를 붉은색으로 정중앙에 표시했다. ‘복음’ ‘예배’ ‘교회’ ‘가정’을 초기화해야 할 요소로 나누고 4개의 장에 나눠 담았다. ‘말씀으로 돌아갈 용기’를 부제로 달았다.

김 목사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뭘 잃을까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고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계산에 대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적인 계산이 아니라 성경이 어떤 진리를 가르쳐줬는지를 우선순위에 두면 과감하게 고칠 용기가 생기는 겁니다.”

김 목사는 책을 설명하면서 ‘삶과 신앙의 일치’를 누차 강조했다. 목회자로서 화가 이중섭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일치됨’에 있다.

“이중섭의 작품은 삶과 작품이 일치돼 있어요. 그는 고달픈 전쟁시기에 부두 노동을 하면서 그림 그릴 캔버스도 없어 군인들이 버린 담뱃갑을 펼쳐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지요. 그 속에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신앙 따로 삶 따로’여선 안 됩니다. 예배당 안에 표구된 신앙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펼쳐진 것이어야 해요.”

초기화를 하기 전에 백업(Back up)해둬야 할 요소는 없을까.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백업을 염두에 두는 순간 이미 제대로 된 초기화를 포기하는 겁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가 ‘리셋’을 원한다면 ‘제로(0)’로 돌아가야 해요. 하나님이 주신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개혁의 첫걸음이 될 겁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