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박태환(27·사진)의 2016 리우올림픽 출전자격 결정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체육회 고위관계자들은 “CAS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뒤에선 물밑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셈이다.
체육회 김정행 회장은 5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CAS의 입장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법원 판결과 CAS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호 사무총장은 “기록은 기록, 규정은 규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어떤 변화가 생기면 상황에 따라 논의하겠다는 의미였다”며 “당초 이날까지 CAS의 통보를 받기로 했지만 이틀 정도 늦게 온다고 들었다. 이사회 등을 거쳐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과 조 사무총장의 발언은 모두 ‘연막작전’이었다. 체육회는 최근 변호인 명의로 ‘박태환의 제소가 너무 늦었다. 결정을 연기하거나 기각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CAS로 발송했다. 체육회는 싱가포르 소재 법률사무소의 호주인 변호인을 통해 박태환의 CAS 제소 건을 대응하고 있다. 올림픽 최종명단 제출 마감일은 오는 18일이다. CAS의 결정이 마감일 이후로 미뤄지면 박태환은 체육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여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지난 3월 2일 풀렸다. 박태환은 지난 4월 25∼29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남자 일반부에서 100m, 200m, 400m, 1500m를 모두 석권하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했다. 동아수영은 2016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대회다.
하지만 ‘금지약물 복용 적발 선수는 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없다’는 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라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 체육회는 이 규정을 들어 “박태환을 국가대표로 차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놓고 찬반으로 양분된 여론은 지난 1일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가 박태환 측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하면서 급반전됐다. 재판부는 “체육회가 이중 규정을 적용했고, 박태환이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랭킹 1위를 기록해 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호주인 변호인이 CAS와 직접 연락하는 과정에서 공문이 전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대한체육회 ‘박태환 올림픽 출전 저지’ 연막작전? CAS에 출전자격 결정 연기 요청
입력 2016-07-06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