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학 장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출판사 ‘규장’의 설립자다. 은퇴 후 ‘303비전성경암송학교’를 세운 그는 팔순이 넘은 지금도 성경암송으로 다음세대를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평생 책으로, 성경암송으로 사람을 키워내는 데 헌신해 온 그에게 성경 다음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안창호(1878∼1938) 선생의 삶을 다룬 책 ‘도산 안창호’다. 문고판으로 처음 만난 이 책은 지금 읽어도 그에게 감동을 준다.
여 장로는 1979년 규장의 첫 책으로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용기 장로의 삶을 다룬 ‘이것이 가나안이다’를 펴냈다. 그는 “김 장로가 꿈꿨던 가나안이 도산의 ‘이상촌’에서 영향 받았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로서 흥사단을 조직해 인재양성과 교육에 힘썼던 도산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스승이자 사상가다. 그의 가르침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무실역행(務實力行)’이다. 실질을 중요시하고 실천에 힘쓰자는 것으로, 거짓말과 거짓 행실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폐습이라 생각했던 도산이 이를 없애기 위해 주창했다.
여 장로는 “지금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가 ‘말씀 따로 생활 따로’”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하지 말고, 꿈에 거짓말을 하면 깨고 나서라도 회개하라며 정직함과 진실함을 가르쳤던 도산의 가르침이 이 시대에 다시금 절실하다”고 했다. 여 장로는 “빌립보서 묵상 중 ‘크리스천의 삶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읽는 성경이다’라고 적어놓은 적이 있다”며 “주를 위해 손해 보고 주 안에서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 장로는 또 “도산의 교육이념인 ‘정의돈수(情誼敦修)’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사랑의 생활화, 서로 사랑하는 정신을 도탑게 닦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산은 이를 ‘사랑하기를 공부하는 것’이라 설명하면서 이웃과 민족, 인류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조요한 등 여러 사람이 도산의 전기를 썼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해방 직후 나온 춘원 이광수의 ‘도산 안창호’다. 이광수의 친일 행적으로 이 책 역시 빛이 바랬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적지 않다. 여 장로는 “도산이 흥사단 영입을 위해 누군가와 주고받은 문답이 아주 진실하고 좋다”며 “요한복음에서 요한이 자기임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이광수가 자신을 숨기고 제3자처럼 적은 글”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길 위의 책-‘도산 안창호’] 이 시대, 다시 절실한 ‘무실역행’
입력 2016-07-06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