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7개월 만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결정을 내렸다.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과 결과 모두 당사자들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아 후폭풍이 거세다. 공정위가 기존 방송권력의 저항에 무릎 꿇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관계 당국과 이동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경쟁제한 요소가 발생한다며 주식 인수와 합병 모두 불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가 경쟁제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예 인수를 하지 말라고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SK텔레콤은 이날 “공정위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려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지난 7개월간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이번 결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법정 기간은 120일다. 하지만 자료 보정 기간은 제외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간 제한은 없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심사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7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중파 방송사와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의 전방위 공세에 과도하게 눈치를 보며 끌려 다닌 측면이 없지 않다. 공정위가 시간을 끄는 사이 경쟁사들 간 이전투구는 더욱 거세졌고,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한쪽은 배경을 의심하게 되고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을 자초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SK텔레콤에 합병 불허 결정을 내린 것도 후폭풍이 덜한 쪽을 희생양 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동안 기업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CJ헬로비전은 이제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초 3월 1일을 합병 기일로 잡았던 CJ헬로비전은 올해 사업계획을 아예 세우지 못했다. CJ헬로비전은 “극도의 고용 불안에 시달린 직원들이 이번 결정으로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결정이 케이블TV 업계 전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가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인수·합병을 유일한 출구전략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다른 기업들도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조만간 있을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한 번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경우에 따라 행정소송 등 추가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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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이슈 단독] 공정위 ‘눈치보기’ 결정… 시장 혼란
입력 2016-07-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