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출신 신출내기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스타가 되는 이야기다. 스타를 꿈꾸며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페기 소여처럼 재능을 바탕으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극소수뿐이다. 올해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에서 페기 소여 역을 맡은 배우 임혜영(34)도 그렇다.
임혜영은 2008년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2006년 뮤지컬 ‘드라큘라’ 앙상블로 데뷔한 후 ‘판타스틱스’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스’ 등 소극장 뮤지컬에서 주역을 맡기는 했지만 대작 마이 페어 레이디를 통해 확실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페기 소여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도 깜짝 스타였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데다 데뷔한지 2년 만에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으니까. 게다가 나 역시 처음엔 무대에서 좌충우돌하다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졸업을 앞두고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중 선배의 권유로 뮤지컬의 문을 두드렸다. 첫 오디션이었던 윤호진 연출의 ‘겨울 나그네’에서 여주인공 최종 후보까지 올라간 것은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노래에 대해 애정이 식었었다. 그러다가 뮤지컬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다시 노래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마이 페어 레이디 이후 그는 뮤지컬계에서 빠르게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 10년간 ‘지킬앤하이드’ ‘로미오와 줄리엣’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두 도시 이야기’ ‘레베카’ 등 수많은 히트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특히 아름답고 청순한 여주인공 전문 배우로 손꼽힌다.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과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놓고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2009년에 이어 올해 브로드웨이 42번가 출연은 그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탭댄스의 향연인 이 작품은 무용을 전공했거나 춤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에게 어울리는 만큼 그와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공연은 단독 주연을 맡아 부담이 더욱 크다.
그는 “그때는 탭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고 오디션에 용감하게 응시했다. 지금이라면 엄두도 내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어려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에서 뽑힌 이후 속성으로 탭을 배워 무대에 섰다”면서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고 내가 다시 탭을 출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고 웃었다.
올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아 춤이 훨씬 강화됐다. 그래서 한층 격렬해지고 많아진 춤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예전에 급하게 배우느라 잘못 들인 버릇도 고치는 등 진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노력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평소 가창력으로 승부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 전문 댄서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임혜영은 “다음엔 노래 없이 연기로 승부할 수 있는 연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며 “나이를 먹어도 관객에게 늘 만나고 싶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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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주연 임혜영 “춤 연습 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입력 2016-07-06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