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높여라” 車 경량화 팔걷은 업체들

입력 2016-07-06 00:17
현대차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이오닉에 적용된 클래드 메탈 버스바(차량 등에 쓰이는 막대형 전도체·왼쪽)는 기존 제품보다 45% 가볍다. 강철을 대체하기 위해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고강도 연속섬유복합소재 FEM캐리어(오른쪽). 현대모비스 제공

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연비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체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데, 부품·소재기업들은 단단하면서 가벼운 부품소재 개발에 명운을 걸고 있다.

5일 코트라 등에 따르면 각국의 환경정책 강화로 자동차 연비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ℓ당 24.3㎞ 연비를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는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환경기준이 가장 강한 유럽은 ℓ당 26.5㎞, 일본은 20.3㎞를 2020년 목표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경량화’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포드사는 강철을 대체하는 알루미늄 소재를 도입해 300㎏ 감량한 F-150모델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GM 등 다른 업체들도 알루미늄, 마그네슘, 특수강화철강 등 신소재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 ‘아이오닉’은 차체 절반 이상에 초고장력강판을 씌웠다. 초고장력강판은 일반 강판에 비해 두께는 얇으면서 강도와 강성은 높다. 후드와 섀시부품 등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고, 연료탱크는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돼 무게를 줄였다.

부품소재 개발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화첨단소재가 1995년 첫 양산을 시작한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 ‘스트롱라이트’는 자동차 언더커버, 고강도 플라스틱 범퍼, 의자 등받이 등 강철을 대체하는 구조부품에 적용되고 있다. 강도는 철과 거의 같으면서도 중량은 20∼25% 덜 나간다. 스트롱라이트는 세계 GMT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부터 자동차용 범퍼빔 소재로 쓰이는 아라미드 원사를 한화첨단소재에 공급하고 있다. 같은 무게의 강철에 비해 강도는 5∼7배에 이르고, 내열성이 300도를 넘는다. 코오롱인더와 한화첨단소재가 공동 개발한 ‘아라미드 범퍼빔’은 기존 제품에 비해 중량은 50% 가벼워졌고, 충돌에너지 흡수력은 대폭 개선됐다. LG하우시스는 올해 초부터 강철을 대체할 수 있는 연속섬유복합재(CFT)로 만든 범퍼빔을 생산해 국내 완성차 업체에 공급 중이다.

그러나 탄소섬유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갈 길이 멀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인 첨단 신소재다. 높은 가격 때문에 레이싱 차량이나 우주·항공 등 일부 분야에서만 쓰이고 있고, 향후 자동차부품 핵심소재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탄소섬유 시장이 2025년에는 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섬유 생산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3사(도레이·미쓰비시·데이진)가 전 세계 물량의 50% 이상(2013년 기준)을 생산하고 있다. 4년 전부터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 태광산업 등이 국내에 상용화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 업체들이 워낙 기술유출 관리에 철저해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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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