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유권 판결 전날까지 남중국해 무력시위

입력 2016-07-06 04:21
중국 관영 CCTV의 미주지역방송 ‘CCTV 아메리카’가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남중국해 관련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을 앞두고 중국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활용해 국제 선전전에 나서고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을 회유·협박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일 유튜브에 남중국해의 중국 영유권 주장의 근거와 재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동영상 10편을 올렸다. 영어로 제작된 영상은 각 편마다 세계 각국의 학자와 정치인 인터뷰를 입맛에 맞게 편집해 넣었다. 관영 CCTV는 최근 남중국해 관련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중국 웨이보와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만화, 다큐멘터리, 인터뷰 형식을 결합해 제작했고 중문과 영문 자막이 달렸다.

국제 학술대회도 훌륭한 선전장이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 레이든대와 중국 우한대는 공동으로 세계 30여개국 학자를 불러 남중국해 세미나를 주최했다. 미국 워싱턴에서도 6일(현지시간) 중국과 미국의 싱크탱크인 충양금융연구원과 카네기재단의 공동 세미나가 열린다.

필리핀에는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편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4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필리핀이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하면 과학연구 공동개발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경제 지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PCA 판결 이후 중국의 대응은 전적으로 필리핀과 다른 나라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은 국가해사국 홈페이지에 5일 오전 8시부터 PCA 판결 하루 전인 11일 오전 8시까지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훈련이 진행된다고 예고했다. 훈련에는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해함대뿐 아니라 북해함대와 동해함대의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이 대거 참여한다.

PCA 중재 판결의 핵심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구단선(九段線)’이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하는지다. 구단선은 아홉 개의 짧은 선(dash)이라는 뜻이다. 1953년 중국은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구단선 내 관할권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남중국해의 80%가 이 구단선에 포함된다. 밀물 때만 드러나는 간조노출지(干潮露出地)를 인공섬으로 조성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판단도 내려진다.

현재까지는 중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PCA가 영유권 분쟁을 판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PCA도 판결 내용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하지만 중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리핀을 지지하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도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와 추가 매립 등 강공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갈등은 한층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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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