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면 유료방송시장과 알뜰폰 분야에서 경쟁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했다. 합병할 경우 CJ헬로비전이 방송 사업을 벌이고 있는 23개 권역 중 21개에서 1위 사업자가 된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는 여전히 KT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1위와 2위가 비슷해진다고 경쟁이 제한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권역별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공정위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 제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국 사업자인 IPTV와 동일한 서비스를 하며 케이블TV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료방송시장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J헬로비전은 5일 “양사의 합병이 불허됨으로써 KT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져 사업자 간 경쟁 촉발을 통한 서비스 개선의 기회가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9.34%(스카이라이프 포함)이고 2위인 CJ헬로비전은 13.72%, 3위 SK브로드밴드는 12.05%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쳐도 점유율은 25.77%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통해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려던 SK텔레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다. 조건부 승인을 예상하고 있던 SK텔레콤은 공정위의 불허 방침에 패닉에 빠졌다. SK텔레콤 최고경영진은 5일 오전부터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보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TV 업계에는 구조조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국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09년 1500만명에 달했으나 해마다 9만명가량 감소하며 지난해 1379만명으로 줄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모든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블TV 업체들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해 왔던 KT와 LG유플러스는 내심 안도하면서도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결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내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공정위가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면 향후 미래부 차원의 심사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종 결정을 내는 걸 지켜본 뒤 미래부 차원의 입장이나 심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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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박세환 기자 snoopy@kmib.co.kr
“경쟁 제한 우려” 급제동… “되레 경쟁 저해” 반발
입력 2016-07-05 18:21 수정 2016-07-05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