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브랜드인지, 정권 브랜드인지…

입력 2016-07-05 19:26 수정 2016-07-05 21:19
정부가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를 ‘Creative Korea’로 정했다. ‘창의적 한국’이란 뜻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내놓았던 ‘다이내믹 코리아’, 2007년 이후 관광 홍보에 등장했던 ‘코리아 스파클링’ 등을 대신해 한국을 알리는 공식 브랜드로 사용될 거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만드느라 1년간 35억원을 들였다. 한국다움의 키워드 130만건을 수집해 창의·열정·화합 세 단어를 추렸고, 최종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택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다. ‘정권 브랜드’로 이보다 좋은 게 있겠나 싶다. 국가브랜드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가치와 문화를 알리고 이를 통해 호감도·신뢰도를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공감하고, 쉽게 각인돼야 이미지와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세계 11위 경제 규모의 한국 국가브랜드지수는 지난해 27위였다. 크리에이티브라는 추상적 단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얼마나 역할을 할지, ‘창의적 한국’이란 구호가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현실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았다. 창조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다움보다는 정권의 기대를 담은 듯하다.

우리 정부가 국가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건 2001년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을 세계에 알릴 슬로건이 필요해 국민 공모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들었다. 김대중정부 작품인 이 슬로건은 이명박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2009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구성됐고, “국가브랜드 순위를 2013년까지 세계 15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사업을 벌였다. 이 위원회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폐지됐다. 지난해 문체부가 새로운 국가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다. 한국 국가브랜드는 정권에 따라 부침하는 비극적 운명을 겪어 왔다. 새 브랜드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