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연맹, 첼시 리 ‘국적 사기극’ 관련 징계 발표… 하나은행 지난 시즌 성적 말소

입력 2016-07-05 19:22 수정 2016-07-05 21:16

여자농구 KEB하나은행이 첼시 리(27·사진)의 국적 사기극으로 초토화됐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지난 시즌 성적 백지화 징계를 받으면서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선우 총재는 5일 서울 등촌동 연맹 사옥에서 이사회를 마치고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벌어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을 안겼다”고 사과했다.

신 총재는 이사회에서 다룬 첼시 리의 국적 관련 문서위조 사건의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WKBL은 첼시 리를 영구퇴출하고 지난 시즌 모든 기록과 시상 내역을 삭제하기로 했다. 첼시 리의 KEB하나은행 입단을 연결한 에이전트 2명에 대해선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했다.

KEB하나은행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했지만, 지난 시즌 성적이 말소되고 시상금도 다시 연맹에 반환하게 됐다. 다음 시즌 선수 선발 드래프트는 마지막 순위로 강등됐다. 장 구단주와 박 감독은 사임했다. KEB하나은행은 한종훈 사무국장을 감봉 조치하기로 했다. 조성남 단장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렇게 결정했다”며 “첼시 리와 에이전트에게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첼시 리는 해외동포선수 자격으로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에 입단했다. WKBL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 국적을 보유했을 경우 우리나라 선수와 같은 자격을 부여한다. 첼시 리는 득점, 리바운드, 2점 야투, 공헌도상을 모두 휩쓸며 만년 꼴찌 KEB하나은행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신인왕까지 석권했다. 흑인선수로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어도 서툴렀지만 WKBL은 해외동포라고 주장한 그녀의 귀화를 추진했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무부 귀화심사 과정에서 첼시 리의 국적과 관련한 문서위조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달 15일 첼시 리와 아버지 제시 리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첼시 리는 한국 국적자가 아니었다. 아버지라고 주장한 제시 리는 실존 인물조차 아니었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할머니라고 주장하면서 제출한 이모(1997년 사망)씨의 사망증명서는 진본으로 확인됐지만 첼시 리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외국인선수의 국적 사기극을 적발하기는커녕 귀화까지 추진할 정도로 서류 심사과정이 허술했던 WKBL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KBL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해외동포선수 자격과 관련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체적 징계나 재발방지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신 총재는 “다음 주 재정위원회를 열고 연맹의 책임을 논의할 것”이라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보기]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