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재산] 의장단 선거 인증샷… 또 사고친 지방의원들

입력 2016-07-05 17:21

바람 잘 날이 없는 지방의원들이 이번엔 투표장 ‘인증 샷’으로 사고를 쳤다.

지난 1일 치러진 경북 구미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표소에서 ‘인증 샷’을 찍고 서로 누구를 찍었는지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구미시의원 9명(무소속 7명,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각 1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구미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일부 의원들이 기표소에서 투표 내용과 관련, 인증 샷을 찍고 선거가 끝난 후엔 한 곳에 모여 자신들이 찍은 인증 샷을 서로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한 의원은 자신보다 앞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던 새누리당 의원이 스마트 폰으로 인증 샷을 찍는 소리가 들려 ‘기표소에서 인증 샷을 촬영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경고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가 끝난 뒤 모 의원 사무실에 모여 스마트 폰에 저장된 ‘인증 샷’을 서로 보여주며 확인하는 모습까지 목격됐다고 증언했다.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지지를 약속한 동료들의 이탈을 의심한 후보자가 ‘인증 샷’으로 확인시켜 달라는 비열한 겁박이 이뤄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런 행위는 정치적·금전적 대가성이 있는 거래”라며 “올바른 지방자치제도 확립을 위해 수사 촉구와 함께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의장·부의장은 즉각 사퇴하고 모든 의사일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증 샷’을 지시하거나 부탁이 전혀 없었고 이를 본 적조차 없어 실체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지만 후폭풍은 만만찮다.

이번 문제제기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해당되지 않아 ‘인증 샷’의 위법성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불법행위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식적·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지방의회에서 자행된 의원들의 이런 낯 뜨거운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정신을 뒤흔드는 처사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지방의원들의 비상식, 비도덕적 행태가 언제쯤이면 사라질 수 있을까?

구미=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