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못뽑는 감신대… 이사회 세 차례 파행

입력 2016-07-05 20:45 수정 2016-07-06 16:27
최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교정에 총장 선거와 관련,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감리교신학대가 제14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학내 갈등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이사들은 후보 추천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는 세 차례나 파행됐고 후보들의 자질을 둘러싼 시비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신학대로서 정통성과 자부심에 걸맞게 성숙한 자세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장 선출 놓고 갈라진 감신대=파행은 지난 5월 30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가 최종 후보 선정 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총추위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왕대일 교수를 탈락시키고 박종천 현 총장을 포함해 이후정·송성진 교수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일부 이사와 교수, 총학생회 등은 반발했다. 왕 교수는 대학원학생회가 5월 24∼26일 대학원생 222명을 상대로 진행한 모의투표에선 155명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총추위원 일부가 왕 교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등 ‘표적 검증’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최종 후보 선정 이튿날인 5월 31일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18명 이사 가운데 9명이 불참하면서 파행됐다. 지난달 20일과 이달 4일 열린 이사회 역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이사회는 오는 13일 다시 열린다.

김인환 이사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이사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을 통해 심판하면 된다”며 “이런 식으로 회의를 보이콧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에 불참해온 이사들이 13일 회의에는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학교를 살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감리교단 일부 목회자가 일부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과 연구실적 미비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모든 후보의 연구윤리부정행위를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거 파행은 학내 분규의 연장선”=감신대는 2014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전임 이사장의 인사비리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면서 학내 분규를 겪었다. 교수와 학생, 이사회 간의 고소·고발이 잇따랐고 각종 농성이나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도 끊이지 않았다.

감신대 안팎에서는 선거 파행을 학내 분규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내 분규 과정에서 점화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총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가 완전히 취해지지 않는 등 학내 분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총장 선거 문제 역시 학내 분규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종천 현 총장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다. 총장을 뽑지 못하면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학사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감신대의 한 교수는 “어쩌다 이 학교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안타깝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만든 뒤 처음부터 다시 선거를 진행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