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포 야구’를 했다. 2013시즌부터 3년 연속 팀 홈런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팀이다. 그랬던 넥센이 한 시즌 만에 빅볼 대신 스몰볼을 추구하는 팀으로 완벽하게 변신하고 있다. 일명 ‘발야구’라고 불리는 아기자기한 야구로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넥센은 지난 시즌 팀 홈런 203개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00홈런을 넘겼다. 하지만 비시즌 동안 투타에서 모두 전력 이탈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와 유한준 마저 떠나보내며 위기를 맞는 듯 보였다. 이번 시즌 전만해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의 공백으로 넥센은 꼴찌후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새로운 야구를 선보였다.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팔색조 지략을 펼친다고 ‘염갈량’이란 별명이 왜 그에게 붙어다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발 빠른 타자들을 선발 라인업에 배치해 뛰는 야구로 거포 공백을 메우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볼넷이나 안타로 출루한 타자는 어김없이 2루를 훔치고, 이후 후속타자들의 단타로 득점을 올린다. 뛰는 타자가 많으니 득점 기회도 자주 찾아온다. ‘출루-도루-적시타’로 이어지는 넥센의 득점 공식까지 생겼다.
넥센은 비시즌 예상을 깨고 5일 현재 정규리그 3위다. 넥센 앞에 꼴찌 후보라는 말은 쏙 들어갔다. ‘발은 슬럼프가 없다’는 말처럼 뛰는 야구로 큰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실제로 넥센은 올해 팀 홈런 66개로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7위다. 김하성(14홈런)과 대니 돈(11홈런) 빼고는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없다. 그런데 3루타는 28개로 10개 구단 중 1위다. 그만큼 빠른 발을 가진 타자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루 기록은 리그 최강의 주루능력을 증명한다. 넥센 선수들은 정규리그 77경기에서 총 118개의 도루를 시도해 80개를 성공했다. 리그에서 도루 시도·성공 개수가 가장 많다. 도루 성공률은 67.8%다.
넥센의 ‘베이스 도둑’은 한두 명이 아니다.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는다. 출루에 성공하면 2루를 훔칠 준비는 끝난다. 김하성(14도루)을 필두로 서건창(13도루) 고종욱(12도루) 유재신(11도루) 임병욱(10도루) 등 무려 다섯 명의 선수가 각각 두 자릿수 도루를 해내고 있다.
넥센이 발야구로 돌풍을 일으키자 올해 도루왕이 누가될지 관심을 갖는 팬들도 부쩍 늘었다. ‘슈퍼 소닉’ 이대형(kt 위즈)이 25도루로 6년 만에 도루왕 탈환을 노리는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박해민(삼성·22도루)과 손아섭(롯데·22도루) 등이 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넥센은 창단 이후 아직까지 도루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최근 넥센의 발야구가 탄력을 받고 있기에 팀 성적과 함께 첫 도루왕 탄생까지 일궈낼지 기대해볼만하다.
[관련기사 보기]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영웅들, 대포 대신 ‘발야구’로 상대 압박
입력 2016-07-05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