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의 아픔… K리그서 꽃 피우는 김신

입력 2016-07-06 04:01
충주 험멜의 공격수 김신이 지난 5월 21일 충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2016 K리그 챌린지 11라운드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충주 험멜 제공
김신이 2014년 7월 프랑스 명문 구단 올림피크 리옹과 임대 이적 계약을 체결한 뒤 스카우터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올림피크 리옹 제공
‘오른발잡이 레프트 윙. 테크닉과 슈팅 능력 우수.’

프랑스의 명문구단 올림피크 리옹이 전북 현대 프로축구단에서 온 열아홉 살 어린 공격수에게 내린 입단테스트 평가다. 2014년 7월 리옹은 이 청소년 선수와 2년간 임대이적 계약을 체결했다. 리옹은 유소년계의 톱 클럽이다. 카림 벤제마(29·레알 마드리드)와 아템 벤 아르파(29·파리 생제르맹), 로익 레미 (29·첼시) 등이 리옹 트레이닝 센터 출신이다.

김신(21)은 그해 8월 리옹의 리저브팀(CFA) 소속으로 파리 생제르맹 리저브팀과의 데뷔전 경기에 나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첫 골은 좋은 패스를 받은 덕분에 넣었고, 두 번째 골은 세컨드 볼을 따낸 덕분에 성공시켰습니다. 헤딩슛으로 세 번째 골을 넣으니 다들 놀라며 축하해 주더군요.”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기분 좋게 출발한 김신은 자신감이 넘쳤다. 팀 동료들은 “신, 테크닉 굿!”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그곳에서 가끔 리옹 1군과 함께 훈련하며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법과 지지 않겠다는 근성을 배웠고, 체력과 활동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그런데 출전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동료 선수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리옹 19세 팀과 CFA를 오가던 김신은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고, 2015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와 친정팀 전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수들을 보강한 전북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다시 한 번 임대 이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선택한 팀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충주 험멜이었다.

김신은 고교 때까지만 해도 영생고(전북 U-18팀) 출신으로 황희찬(20·잘츠부르크) 등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황금세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영생고 3학년이던 2013년엔 18세 이하 챌린지리그 14경기에 나서 13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팀을 왕중왕전 결승으로 이끌었다. 리그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고교 시절은 그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2014 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입단한 김신은 그해 4월 9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오른 그는 후반 26분 한교원과 교체될 때까지 꿈에 그리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무대를 누볐다.

2016 시즌 2년 만에 다시 K리그 무대에 오른 김신은 리옹 트레이닝 센터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한껏 뽐내고 있다. 5일 현재 그는 17경기에 8골(2도움)을 넣어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그는 득점력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한 덕분에 득점 감각이 올라왔어요. 팀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김신은 K리그에 복귀하며 계획표를 작성했다. 올해 충주에서 공격포인트 20개를 올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더 큰 목표는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9월 U-20 청소년 대표로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했으며, 그해 10월과 이듬해 10월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과 본선에서 활약했다.

지난 2년 동안 보여 준 게 없으니 김신은 당연히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니 제가 뽑히지 않은 것은 지당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겠죠. 황희찬처럼 잘하는 선수를 보면 자극제가 됩니다.”

김신은 힘들 때마다 조석재를 떠올린다. 조석재는 2014년 12월 전북에 입단해 이듬해 충주로 임대 이적했다. 그해 그는 36경기에 나서 19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4위에 올랐고, 올해 클래식 팀인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하게 됐다.

김신은 리옹에서 보낸 시간이 ‘아픔’이었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1군의 벽을 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리옹에서의 경험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 자산이라고 믿고 있다. “실패를 운운하기엔 아직 젊잖아요. 낮은 곳으로 떨어져 내공을 쌓았으니 이제 다시 올라가야죠.” 임대 신화를 꿈꾸는 청년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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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