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생태수목원, 화담숲 수국이 말을 걸어 오다

입력 2016-07-13 17:47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은 찾은 관광객이 탐스럽게 핀 산수국을 바라보며 여름 정취에 젖어 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등을 위해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숲속 산책길 5㎞ 전 구간이 완만한 데크길로 조성돼 있다.
산수국의 큰 꽃은 암술도 수술도 없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가짜꽃이고 가운데 작은 꽃이 수정을 하는 진짜 꽃이다.
초록 이끼 사이에 화려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화병무명버섯.
따가운 햇살이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여름에도 짙은 초록빛으로 우거진 숲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선사한다. 봄꽃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면서도 시원한 수국과 수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은 상쾌해진다. 올 여름 수도권에 위치한 생태수목원 ‘곤지암 화담숲’으로 떠나보자.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화담숲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40분 걸린다. LG상록재단이 우리 숲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135만5371㎡(약 41만평) 대지에 4300여종의 국내외 자생 및 도입식물을 17개의 테마원으로 조성해 놓은 곳이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의미로, 화담숲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 공간을 지향한다. 우리 숲의 식생을 최대한 보존했고, 자연을 사랑하는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꾸며졌다.

자연의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살려 노고봉의 계곡과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수목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몸이 불편해 산책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등을 위해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편안히 자연을 감상하며 힐링할 수 있도록 5㎞의 숲속 산책길 전 구간을 경사가 완만한 데크길로 조성했다.

특히 화담숲 전체의 관람동선을 일방 순환하도록 만들어 방문객이 편리하게 모든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산책로인 숲속 산책길을 계속 걷다 보면 저마다의 색깔과 향취를 뽐내는 17개의 테마원들과 차례대로 마주하게 된다.

초록 형광의 이끼 융단과 시원한 자연계곡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에서는 솔이끼, 큰솔이끼 등 30여 종의 이끼들이 초록을 뽐낸다. 주변으로는 자연계곡과 소나무,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자연 원시림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1000여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펼쳐진 ‘자작나무숲/소망돌탑’도 인상 깊다. 곧게 뻗은 하얀 자작나무와 싱그러운 초록의 잎 그리고 키 큰 자작나무와 맞닿은 푸른 하늘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진귀한 분재를 만날 수 있는 ‘분재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추픽추 형태의 바위와 돌을 쌓아 올린 다랑논 형태의 완만한 계단형 정원이다. 30년에서 길게는 130여년 수령의 한국 향나무, 소사나무, 매화나무 등의 분재 250점이 자연미를 자랑하고 있다.

매화, 사과, 배 등 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탐매원’, 옛날 옛적 고향 마당에서 보던 나무들과 꽃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정원’ 등 우리 숲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수국과 수련을 만나기 제격이다. 약 7040㎡(2100평) 규모로 조성된 ‘수국원’은 17개 테마원 중 여름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와 계곡 사이로 150여 종, 7만여 그루의 수국이 꽃망울을 터트려 여름 꽃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산에서 자란다’는 의미로 소담하고 청초한 푸른빛의 ‘산수국’부터 조밀한 꽃들이 모여 한 송이 부케와 같은 ‘큰잎수국’, 크고 작은 송이의 꽃들이 한 다발을 이루는 ‘나무수국’, 커다란 다발로 풍성함을 자랑하는 ‘미국수국’ 등 다양한 수국들을 구별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싱그러운 수국 군락과 함께 여름을 알리는 수련도 여름철 볼거리다. 폭포와 맞닿은 연못 위에 희고 붉은 빛깔로 만개한 수련은 물의 시원함과 함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연꽃과 수련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면에 붙어 꽃이 핀다면 수련, 수면보다 가지가 올라와 꽃을 피웠다면 연꽃이다. 물 위에 피는 꽃이라 대부분 한자이름을 수련(水蓮)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낮에만 꽃망울을 피우고, 해가 저물면 오므리며 잠을 잔다고 하여 수련(睡蓮)이다.

이 밖에도 숲속 산책길을 걷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 곤충, 어류, 새 등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현재 생물종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멸종 위기종인 반딧불이, 원앙이 등의 생태복원을 위한 서식환경을 연구 조성하고 있다. 화담숲 입구 원앙호수에는 100여 마리의 원앙가족이 살고 있고, 반딧불이원에서는 6월 반딧불이 축제를 진행할 정도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생태복원 노력 덕분에 화담숲 곳곳에서는 우리에게 친근한 도롱뇽, 고슴도치, 다람쥐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우리나라의 토종 민물고기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인 민물고기 생태관이 오픈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를 비롯해 1급수에서만 사는 쉬리, 버들치, 산천어 등 국내 희귀물고기 40여 종 8000여 마리를 직접 보며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생태보호 교육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5㎞ 숲 속 산책길을 따라 화담숲을 관람하는 코스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며 모노레일을 탑승하면 1시간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또 화담숲 바로 옆에는 곤지암리조트가 있다. 콘도는 물론 관광곤돌라, 스키장 정상휴게소, 야외 바비큐, 레스토랑, 스파 및 수영장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광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