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 안팎 여객기를 공급하는 중형항공기 시장의 수주전이 격화되고 있다. 캐나다와 브라질 업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일본 등 신규 사업자들이 만든 여객기가 운항을 시작하면서 중형항공기 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중국 청두항공의 ARJ21-700은 지난달 28일 쓰촨성 청두와 상하이 노선에 첫 투입돼 운항을 시작했다.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가 만든 ARJ21-700은 90석 규모로 비행거리는 2225∼3700㎞다. COMAC가 2000년대 초반 개발을 시작해 2008년 시험 비행을 마쳤다. 청두항공은 2018년까지 52대의 ARJ21을 들여와 국내선에 운용할 예정이다. 자국 항공사를 중심으로 주문이 이뤄졌지만 태국 콩고에서도 주문을 받는 등 300대 이상의 수주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형항공기 MRJ가 7월 초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항공기가 개발한 MRJ는 올해 말까지 1호기를 조립한 후 내년부터 매달 1대꼴로 생산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는 매달 1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자국 항공사인 ANA홀딩스에 첫 인도되는 MRJ는 70석과 90석 두 종류로 운용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20대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일본 국내외에서 모두 427대를 수주했다.
중형항공기는 100석 안팎으로 대형항공기에 비해 항속거리가 짧아 지역 내 노선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프로펠러를 돌리는 터보프롭기와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리저널제트기로 나뉜다. 제주항공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운용했던 봄바디어사의 Q400이 터보프롭 방식이고, ARJ21과 MRJ는 리저널제트 방식이다.
그간 중형항공기 시장은 브라질 엠브라에르와 캐나다 봄바디어가 강자로 군림하며 양강구도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단거리 항공수요 증가, 대형항공기 시장에 비해 낮은 진입 장벽 등 영향으로 신규 사업자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COMAC, 미쓰비시항공기 외에 러시아 수호이, 프랑스 ATR 등도 중형항공기를 생산·운용하고 있다.
대형항공기 시장만큼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강점이다. 항공우주산업 조사기관인 포캐스트 인터내셔널과 틸그룹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형항공기가 각각 4198대, 3423대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중형항공기 개발의 이유가 된다.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경우 중형항공기 외에 대형항공기인 C919도 개발 중이다. 158∼174석 규모인 C919는 지난해 11월 일반에 공개된 데 이어 2018년 첫 인도될 예정이다. ARJ21과 C919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지 못해 미국과 유럽에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국 항공 수요만으로도 수주 실적을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잉 집계 결과 중국은 향후 20년간 6330대의 여객기 수요가 예측됐다.
반면 국내 민항기 개발은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한참 뒤져 있다. 1990년대 중국과 중형항공기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가 실패한 후 차세대 중형항공기개발사업(2012∼2014년)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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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단거리 하늘길 잡아라” 중형여객기 수주 전쟁
입력 2016-07-0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