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5년… 유럽차 ‘날고’ 국산차 ‘기고’

입력 2016-07-05 18:01 수정 2016-07-05 20:45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래 5년간 국내 자동차 업체보다는 유럽 업체들이 더 큰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산 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유럽산 수입차 등록은 2010년 5만9242대에서 2015년 19만7396대로 233.2% 폭증했다. 반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 결과 국내 자동차 업체의 EU 수출은 2010년 29만8263대에서 2015년 38만3698대로 28.6% 증가에 그쳤다. 증가세뿐만 아니라 증가 대수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수입은 이 기간 13만8154대 늘었지만 수출은 8만5435대 증가했다.

국가별 수입차 점유율을 보면 2010년 65.4%였던 유럽산 차가 2015년에는 80.9%로 15.5%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산은 26.4%에서 11.9%로, 미국산은 8.2%에서 7.2%로 줄었다.

EU 집행위원회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유럽의회와 EU 정상회의에 제출된 ‘한·EU FTA 이행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면 FTA 발효 직전 연도와 발효 4년차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차 수입금액은 205% 증가했다. 반면 수출금액은 54%만 늘었다. 2010년 7월∼2011년 6월과 2014년 7월∼2015년 6월을 비교한 수치다.

자동차부품 교역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EU 집행위원회의 보고서는 타이어와 엔진 등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입금액이 FTA 발효 4년차 때 FTA 발효 직전 연도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액수는 36%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선보인 차가 유럽에서 얻은 인기보다 유럽산 차의 국내 인기가 더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산 차가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유럽차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 업체들이 ‘클린디젤’을 표방하며 친환경차라고 홍보한 것도 작용했다.

유럽차의 높은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일부터는 1500㏄ 이하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관세가 철폐되면서 유럽산 소형차 판매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다만 폭스바겐에서 비롯된 디젤게이트와 경유차 퇴출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이런 흐름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