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회-the행복한교회] 카페 단골 고객이 성도로… 아이들 “교회가 놀이터보다 재밌어요”

입력 2016-07-05 20:55 수정 2016-07-06 10:32
경기도 안산 초지동 the행복한교회의 해피키즈반 어린이들이 주일예배 시간에 성경 퀴즈를 풀며 즐거워하고 있다.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평일에는 지역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자 주민들의 모임 공간으로 이용되는 키즈카페의 전경. 오른쪽은 키즈카페 맞은편 공간인 ‘the행복한스테이지’에서 성도들이 예배드리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the행복한교회 제공
손병세 목사
지난 3일 주일 오전 경기도 안산 초지동의 한 키즈카페. 알록달록한 공들로 가득 찬 볼풀, 트램펄린, 무지개 계단과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미끄럼틀 사이로 어린이들을 반기는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친구들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꼴깍꼴깍 마시고 왔어요?" "네∼!"

기린 코뿔소 얼룩말 등으로 꾸며진 무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70여명의 어린이들이 배꼽인사를 하며 교사를 맞았다.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메고 무대에 오른 교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능력'에 대해 구연동화 하듯 말씀을 전했다. 매 주일이면 펼쳐지는 the행복한교회(손병세 목사)의 해피키즈반(3∼9세) 예배모습이다.

손병세 목사는 지난해 7월 상가건물 4층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키즈카페도 인수했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건물 안팎에 교회 간판도 달지 않았다. '요술램프'라는 키즈카페 간판만이 어린이들을 반길 뿐이다. 교회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아예 문턱 자체를 없애기 위한 손 목사의 목회 방침이다.

키즈카페 단골 고객이었다가 3개월 전 이 교회 성도가 된 방성희(34)씨는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집 근처 놀이공간들을 찾게 되는데 또래 엄마들도 이곳에 자주와 안성맞춤"이라며 웃었다.

어린이들의 천국인 키즈카페에서 예배가 진행되다 보니 분위기는 흥겹고 신이 난다. 온몸으로 찬양하며 친구들과 웃기도 하고 교사들이 전해주는 재미있는 성경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진지하게 말씀을 묵상하기도 한다. 네 살배기 동생과 어깨동무를 하며 율동을 하던 장서원(6)양은 "교회 오는 게 놀이터 가는 것보다 재밌다"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해피키즈반의 교사는 15명. 모두 30대 젊은 엄마 아빠들이다. 특이한 것은 그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빠 선생님'이다. 갖가지 동물 스티커가 부착된 앞치마를 두른 채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정지송(34) 집사는 "매주 만나는 4세반 7명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를 7명 낳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부부가 해피키즈반 교사로 활동하는 고성진(38) 류신혜(35) 집사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주일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 중에는 청소년도 있다. 찬양 교사 옆에서 함께 율동하는 고유겸(10)양은 주일 오전 9시30분에 브이틴반(V.Teen·10∼18세)에서 예배를 드리고 11시30분 해피키즈반에서 교사로 봉사한다. 해피키즈반을 담당하는 김세진(31·여) 전도사는 "어른들보다 언니 오빠 세대가 어린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양육하기도 한다"며 "어린이들에게는 친근감을, 청소년들에게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the행복한교회만의 신앙교육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시간 키즈카페 맞은 편 공간에선 장년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다. 80여명의 성도 대부분이 20·30대 젊은 부부들이다. 헌금 봉헌 시간이 되자 남자 성도 세 명이 헌금바구니를 들고 무대 앞에 섰다. 자세히 보니 넷이다. 헌금위원 중 한 명이 갓난아기를 아기띠에 매고 있었다. 이 교회에선 흔한 광경이라고 한다.

광고 시간이 되자 손 목사가 '기저귀 처리 방법'에 대해 공지했다. 손 목사는 "상가를 찾는 비기독교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용한 기저귀는 개인 봉투에 담아 정해진 곳에 버려달라"며 "크리스천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가 모인 공간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가 끝나자 한 사람씩 손을 들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감사의 고백' 시간이다. 주차장에서 고급 외제차에 상처를 입혔는데 너그러운 차주를 만나 잘 해결됐다는 사연, 건강문제로 아내가 입·퇴원을 반복하는 사이 가정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고백 등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웃음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예배는 교회 비전을 선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예배와 셀 모임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며, 대대로 신앙을 전수해 행복한 가정이 되고, 섬김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교회가 필요한 곳에 교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비전을 외치는 성도들의 표정에서 해피키즈반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엿보였다.

◆ 손병세 the행복한교회 목사 자녀 양육 때문에 ‘가나안 성도’… 교회 문턱 없애니 ‘응답’이 왔다

손병세(43) the행복한교회 목사를 만난 건 상가 건물 1층 카페였다. 얼마 전까지 예배당 한편에 마련한 작은 공간마저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엄마 아빠들에게 양보했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가나안 성도’가 돼 버린 젊은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들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야 제 책상도 기꺼이 포기해야죠(웃음).”

the행복한교회는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가 분립개척한 아홉 번째 교회다. 손 목사는 안산동산교회에서 청년부와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18년 동안 사역하면서 신앙의 끈을 놓친 젊은 세대를 위한 교회개척을 준비해 왔다. 개척 전부터 30대 초·중반의 신혼부부와 청소년 세대의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들을 두루 살펴보다 자리 잡은 곳이 안산 초지동이다. 개척과 함께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바로 교회의 문턱을 없애는 것이다.

“‘문턱 없애기’의 첫 단추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었어요. 교회가 한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공간의 이용자가 되는 것이지요. 키즈카페로 운영되는 공간을 주일마다 교회가 단체예약을 해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장년 예배가 드려지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예배당에는 교회 이름 대신 ‘the행복한스테이지’라는 푯말이 부착돼 있다. 이곳에선 평일에 ‘해피 클래스’란 이름으로 드럼·기타 연주나 꽃꽂이·사진·바리스타 교육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각종 세미나와 문화공연 대관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손 목사는 “큰 수익이 나오진 않고 유지하는 정도지만 지역사회의 만족감이 커지다 보면 이 공간에서 전달되는 복음도 더 멀리 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확신했다.

이 같은 확신에 대한 열매들이 열리고 있다. 개척 1주년을 맞은 현재 성도 수는 약 230명. 그 중 절반이 분립개척 후 새로 등록한 성도들이다. 한 번 등록한 성도들은 셀모임, 성경공부, 파더와이즈·마더와이즈 프로그램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the행복한교회로 인해 지역이 변화될 것이란 생각으로 1년을 달려왔다는 손 목사의 다음 목표가 궁금했다.

“the행복한교회가 지역과 이웃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함께하는 가정이 조금 더 늘어나면 다시 분립해 행복 DNA를 전파해야죠. 머지않아 그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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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