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성장 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발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규제프리존이 당초 구상과 달리 산으로 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연계해 추진하는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당의 반발이 여전해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규제프리존 자체를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법안 공포부터 시행령 마련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 또 국회를 통과하면 8월 발표하는 2017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을 넣어야 한다”면서 “규제프리존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프리존은 14개 시·도에서 선정한 27개 전략산업에 재정과 세제를 지원하고 각종 규제까지 완화해 주는 것이다. 기재부는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입법 하려던 것을 지난 3월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이 일부 조항을 문제 삼아 반대하면서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정부는 20대 국회에선 규제프리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재발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에는 야당이 ‘독소조항’이라며 문제 삼았던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바로 대기업의 이미용업 진출을 가능하게 한 공중위생관리법 특례규정이다. 야당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이 이미용업에 진출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규제프리존을 수도권 규제완화와 연계시켜 추진하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 당초 규제프리존엔 서울과 경기 동북부 지역은 배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수도권 내 4년제 대학 신설을 법제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범위를 서울, 인천, 경기 등 시(市) 지역으로 묶고 공항 및 항만 구역에서 제조시설의 신설 또는 증설도 가능토록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원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규제프리존 자체를 실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19대 국회부터 야당이 지적해온 의료법과 의료기기법, 약사법, 화장품법 등이 특례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반대도 격렬하다. 특히 의료단체는 대기업에 특혜라며 기업실증특례 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규 사업을 개시하는 사업자가 특례조치를 제안하면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개별 기업에 규제의 특례조치 적용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법안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법안 통과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면 규제프리존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라며 “법안이 공포되면 6개월 뒤에야 시행될 텐데 대선 정국에선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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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획] ‘특례’ 빠지니 “수도권 풀자”… 갈길 잃은 규제프리존
입력 2016-07-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