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김모(19)씨의 급여명세서에는 ‘위험수당’ 항목이 없다.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울산공장에서 황산 누출로 다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6명은 위험수당은커녕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위험수당은 ‘위험한 일’을 하는 근로자가 보장받는 ‘최후 수단’이다. 문제는 위험수당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수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근로계약에 따라 자유롭게 정하는 ‘임의수당’에 불과하다. 위험수당이 위험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 성격’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러한 ‘최후 수단’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은 규정에 따라 ‘위험근로수당’을 받는다.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임단협을 통해 위험 정도와 위험수당을 따진다. 반면 위험한 일을 도맡아서 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는 위험수당을 받기 힘든 구조다. 심지어 위험수당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8∼2012년에 위험수당 183억7400만원을 정규직 직원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정작 원자로 안에 들어가 위험한 작업을 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는 한푼의 위험수당도 받지 못했다. 정규직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은 위험한 일에 대한 보상에서도 차별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3일 오후 2시30분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소속 수리기사 진모(43)씨는 에어컨 실외기 받침대를 밟고 섰다가 난간이 무너지면서 8m 아래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그날 오후 9시30분 숨을 거뒀다.
에어컨 수리 업무의 경우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업체인 각 지역센터에 ‘위험 위탁비’로 건당 6091원을 건넨다. 지역센터는 여기에서 사회보장수수료(4대 보험, 퇴직금 등) 명목으로 17.49%를 떼고 건당 5026원을 수리기사에게 준다.
그러나 수리기사들은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위험수당이 얼마인지 모른다. ‘건당 수수료’ 명목으로 각종 수당을 뭉뚱그려 받기 때문이다. 위험수당 5026원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원·하청 사이를 오고간 내부 문서를 입수해 파악한 액수일 뿐이다. 수리기사들의 통장에는 매달 기본급과 고정 수당을 더해 150만원가량이 들어왔다. 다만 한 달에 60건을 초과해 수리를 하면 건당 2만∼2만5000원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30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노동계는 위험수당 신설이나 현실화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에 주목한다.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나 외주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4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하청업체 비정규직도 원청업체 정규직과 같은 위험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위험수당을 주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야 한다”며 “안전한 작업환경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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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