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지금 이교도 죽이면 큰 보상”… 피로 물든 라마단

입력 2016-07-05 04:00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한 소년이 3일(현지시간) 촛불을 들고 이틀 전 발생한 인질극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당시 22명이 숨졌다. 스파이더맨이 되어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치고 싶은 것일까, 소년의 손에 인형이 들려 있다. AP뉴시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의 폭탄 테러로 3일(현지시간) 200명 이상이 사망한 이라크 바그다드의 카라다 상업지구 사건 현장에서 한 가족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AP뉴시스
이슬람교에서 성월(聖月)로 받들어지는 라마단 기간은 올해의 경우 지난달 6일 시작돼 5일 끝난다. 라마단 기간에는 “남에게 미소 짓는 것조차 나의 복으로 되돌아온다”는 말이 내려올 정도로 선한 일을 많이 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 기간 무슬림은 금식을 통해 타인의 궁핍을 생각하며, 몸과 마음가짐을 조심스럽게 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 ‘신성한 달’이기에 남과 얼굴 붉히는 일조차 삼가야 한다.

그런데 라마단의 이런 풍습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궤변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IS는 라마단을 ‘성전 기간’이라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신성한 기억’은 무차별 테러가 난무하는 ‘피의 기억’으로 대체됐고, 라마단 종료 뒤 갖는 3일간의 ‘이드 알피트르’ 축제는 언제 테러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에 떠는 두려움의 축제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달라진 라마단의 우울한 풍경을 전하면서 “성월인 라마단이 새로운 테러 공격을 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라마단 기간에 숱한 테러 공격이 자행돼 전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이 쓰러졌다. 41명이 숨진 지난달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사건, 36명이 희생된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자살폭탄 테러, 22명이 사망한 지난 1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레스토랑 인질극,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쇼핑몰 테러가 라마단 기간에 발생했다. 바그다드 테러의 경우 사망자가 계속 늘어 4일 현재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모두 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런 테러는 IS의 ‘교리 조작’ 때문에 자행됐다. IS는 라마단에 앞서 “라마단 때 이교도를 살해해야 가장 큰 보상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슬람 교리에는 이 기간에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돼 있지만 IS는 “라마단 기간의 성전(聖戰)은 신이 허락했다”고 왜곡했다. 타인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최고의 복을 받는다고 알려졌음에도 “순교해야 가장 큰 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왜곡 때문에 많은 무슬림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바그다드 테러 때 부상한 하디 알주마일리는 NYT와 인터뷰에서 “라마단이 끝나면 기뻐해야 하는데 기뻐할 수도 없다. 피의 라마단 기억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조너선 브라운 교수는 “라마단 때는 마음속의 악마가 사슬에 묶인다고 코란에 나와 있다”면서 “이 기간에 테러를 저질렀다면 악마가 아니라 순전히 그 자신이 나쁜 사람이기에 악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