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길 <18> 유네스코 ‘유니트윈’ 프로그램 주관대학에 선정

입력 2016-07-05 20:50
김영길 장로(왼쪽)가 2007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니트윈 프로젝트 주관대학 선정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나는 2005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아시아 지역 본부 회의에 참석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교육부로부터 받았다. 그 자리에서 한동대의 개발도상국 인재 양성 사례를 발표했다. 한동대는 2002년부터 몽골 재경대(IFE)와 경영, IT, 국제법을 연계하는 공동학위 MBA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었다. 유네스코는 1992년 선진국 대학들과 개발도상국 대학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 격차를 줄이는 프로그램인 유니트윈(UNITWIN·University Twinning & Networking)’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실제로 선진국이 개도국과 협력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다.

강연을 마치자 유네스코 본부의 유니트윈 담당자는 “한동대가 유니트윈의 매우 좋은 사례”라며 프로그램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해가 지나도 유네스코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한 직원이 “북경 주재 유네스코 아시아 사무실에서 한동대 서류가 몇 개월째 보류되고 있다”며 알려 주었다. 나는 답답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 프로그램은 개도국 젊은이들에게 지식 전수와 함께 복음의 문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교육부가 주관하는 ‘2006 글로벌 HR(Human Resources) 포럼’이 열렸고, 유네스코 교육담당 사무부총장인 피터 스미스 박사가 강사로 내한했다. 그와는 구면이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몬테레이 캠퍼스) 초대 총장 재임 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역시 학교 건축 문제로 고발 당해 법정을 들락거리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 같은 처지”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마침 그에게 제안서를 보여주며 유니트윈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좋은 제안서를 왜 북경 사무실에서 보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즉시 유네스코 본부 국장에게 지시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동대는 유니트윈 프로젝트의 개도국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주관대학으로 처음 선정되었다. 드디어 2007년 4월 5일 나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협약서에 사인을 했다. 프랑스 언론들도 이 협정에 주목했고 ‘르 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동대는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에 가장 적합한 국제화 교육을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니트윈 주관대학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르 피가로’는 3주 후 한동대에 기자를 보냈다. 기자는 학교 캠퍼스에서 개도국 유학생들을 취재했다. 기사는 4월 27일자에 ‘교육과 가치관을 통해 가난은 더 이상 숙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과 함께 게재됐다. 가나 유학생 타굴 군은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나의 조국 가나를 살리는 꿈을 이루는 나라입니다.”

6·25전쟁 직후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유네스코가 인쇄한 무상 교과서로 공부했다. 이제 우리는 과거 국제 사회에서 받은 빚을 개도국에 갚아야 한다. 한동대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해 조국과 민족을, 그리고 세계를 위해 지경이 넓혀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사 54:2)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