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코본드 급증에 금융권 불안 증폭… 충당금 급한 은행들, 고금리·고위험에도 잇단 발행
입력 2016-07-05 04:01
금융위기 때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이 도입 2년 만에 발행액 12조729억원을 돌파했다. 코코본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충당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주는 구세주다. 하지만 은행은 2∼3배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고, 코코본드를 사는 증권사·연기금·보험사 등 금융권 전체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고위험 채권이다.
은행법 개정으로 하반기부터는 기존 상각형 외에 주식전환형도 발행 가능해져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한국은행을 동원해 자본확충펀드를 마련한 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코코본드 매입에 최대 11조원을 쓰기로 결정하면서 코코본드가 남발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말까지 총 2조2241억원어치의 코코본드 잔액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4년 4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하나은행은 6461억원, 옛 외환은행은 6461억원, 하나금융지주도 자체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4450억원을 조달했다. 하나금융그룹 전체가 1조7372억원 규모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지주의 2000억원을 포함해 신한은행 1조2016억원 등 총 1조4016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국책은행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도 2조2000억원의 잔액이 있고, 농협은행 1조6000억원, 산업은행 1조4000억원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국민은행 포함)만 코코본드를 발행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코코본드 없이도 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출 수 있는 등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코코본드는 발행 은행이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갚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코코본드 발행 금액은 부채가 아니라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돼 은행의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투자자에겐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어 일반 채권보다 위험부담 금리를 3∼4% 포인트 더 얹어준다. 한은이 파악한 국내 발행 코코본드 투자자로는 증권사 3조3000억원, 연기금 2조2000억원, 보험사 2조1000억원 정도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이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코코본드는 위기 시 은행의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자 미지급 가능성이 제기되면 발행 은행의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전반, 나아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금융 시스템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은은 이달부터 정부가 마련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 규모의 캐피탈콜 대출 방식으로 참여키로 했다. 한은 스스로 코코본드 위험성을 명기하고도 기존 12조원에 더해 최대 11조원이 추가되는 코코본드 발행에 돈을 대는 모순(矛盾)된 상황이다.
한은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코코본드가 시중에 풀리지 않는다면 크게 염려할 것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은은 자본확충펀드에 지원한 금액을 이른 시일 내 회수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산은·수은의 코코본드를 팔아 유동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 대출 1년 만기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시장 유동화 방안 등 하부구조를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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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