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외국인 20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다카 인질 테러범의 신원이 드러나면서 방글라데시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현지 수사당국자를 인용해 테러범 6명이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유명 사립고교와 외국 대학 재학생이라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테러범을 6명으로 파악했지만, 이슬람국가(IS)는 ‘순교자’라며 5명의 사진과 이름을 온라인에 올렸다.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반인 이들은 짧게는 몇 달 만에 평범한 학생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변했다.
방글라데시 한 통신회사 임원의 아들인 무어 사베 무바시어(18)는 다카의 유명 사립학교를 다녔다. 지난 2월 대입시험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사라졌다. 아버지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행적을 찾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1일 경찰로부터 “테러범 시신 중 한 명이 무바시어로 보인다”며 확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또 다른 테러범 이슬람(21)은 호주 모나시대학 말레이시아 캠퍼스를 다녔다. 그를 잘 아는 학우는 WSJ에 “이슬람이 과격하게 바뀐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인도에 거주하는 과격 IS 조직원과 접촉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다른 테러범 한 명은 방글라데시 집권당인 아와미연맹 간부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는 전했다.
현지 일간지 다카트리뷴 발행인인 카지 아니스 아메드는 “물질적 결핍을 겪은 적이 없는 부유한 가정 출신인 테러범들은 잔인한 살인 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과격한 이념에 투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NYT는 온건한 무슬림이 대부분인 방글라데시에서 부유층 자녀들이 잔인한 학살극에 가담한 것은 최근 수년간 본격화된 이 나라의 종교적 과격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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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집권당 간부 아들·해외유학파… 다카 테러범들은 부유층 자제
입력 2016-07-04 18:50 수정 2016-07-0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