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경제력을 따져볼 때 내야 할 사람이 안 내고, 안 내도 될 사람이 너무 많이 낸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건강보험공단에 매년 6000만건 이상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부과된 건강보험료에 문제가 있다며 항의하는 건수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중복과 허수를 빼더라도 국민의 절대 다수는 건강보험료가 잘못돼 있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렸다. 1년 넘게 연구해서 시나리오별로 7가지 개선안을 만들었다. 종합소득을 중심으로 부과하는 원칙을 적용했다. 지역가입자에게 남자냐 여자냐, 자동차 배기량이 몇 ㏄냐, 전세금이 얼마냐 등을 따져 보험료를 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장과 지역의 부과체계를 일원화하는 거였다. 2015년 1월 이 개선안을 받아든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은 돌연 건보료 개편 계획을 백지화했다. 역풍이 일자 청와대가 백지화는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고 여당이 끼어들어 당정 협의체가 꾸려졌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나도록 정부는 아무 얘기가 없다. 올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건보료 개편은 쏙 빠졌다.
문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해법을 못 찾은 것도 아니다. 건보료 기획단이 내놓은 안이나, 당정이 검토한 안이나,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제시한 안이나 대동소이하다. 골자는 ‘송파 세 모녀’처럼 절박한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건보료를 물리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를 낼 만큼 부유한 이들이 피부양자란 보호막 뒤에서 면제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영업자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소득 중심 부과’를 못한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 국세청 과세자료를 100% 공유하면 소득파악률이 95%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대만은 소득파악률이 우리보다 낮은 상황에서 부과체계 전환에 성공했다. 설령 소득 파악 문제가 생긴다 해도 지금의 형평성 문제보다는 나을 것이다.
원인과 대안을 뻔히 아는데 실행되지 않는 건 정부에 의지가 없어서 그렇다. 정부가 꺼리는 것은 부과체계를 개편할 경우 건보료가 오르거나 안 내던 걸 내야 하는 고소득층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일 테다. 건강보험은 많이 내든 적게 내든 같은 서비스를 받기에 공적 보험 가운데 가장 큰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다. 양극화가 사회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건보료 개편은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다. 3년을 미적거린 정부를 보다 못해 야당이 이를 들고 나왔다.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국회의 성과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실기(失期)해선 안 될 것이다.
[사설] 巨野가 건보료 부과체계 제대로 개혁해보라
입력 2016-07-04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