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아이가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서른이 갓 넘은 나이.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었다. 큰 준비 없이 바로 내일 시작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렇게 시작한 게 글을 쓰는 일이었다.
일본에서 2008년 출간 이후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43·사진)가 신간 미스터리 장편 ‘리버스’(비채) 출간을 기념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작가로서의 첫 출발이 이처럼 우연히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2005년 첫 데뷔는 방송국에서 시나리오상을 받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지방(효고현)에 살면서 방송 일을 하는 게 어렵겠다 싶어 소설로 바꿨지요.” 가족들이 잠자는 새벽 시간, 부엌 구석에서 써내려간 ‘경우’ ‘속죄’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 추리소설들은 내놓은 것마다 성공하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나온 ‘포이즌 도터 홀리 머더’는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기존 작품들이 여성을 화자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리버스’는 남성이 화자다. 평범한 직장인 남성 ‘후카세’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취미이자 유일한 관심사는 커피다. 얼마 전 퇴근길에는 아지트처럼 들르던 원두커피 전문점에서 여자친구 미호코도 만났다. 어느 날 미호코에게 “후카세는 살인자”라고 적힌 의문의 편지가 배달된다.
사실 후카세는 대학시절 친한 친구 4명과 여행을 간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친구 1명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이후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 일에 대해 침묵하고 살아온 터였다.
작가는 “흔히 질투와 시기, 경쟁, 뒤끝 등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얘기된다. 그러나 그런 특성이야말로 남성들의 것이라는 걸 전제하고 이 소설을 썼다”며 “특히 마지막 대목에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며 웃었다. 이번 소설도 그렇지만 그의 소설에는 유난히 죽음이 많다.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소중한 사람을 생각할 때 아무런 계기 없이 그 사람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죽음을 매개체로 쓸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日 인기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 “질투·시기·경쟁은 사실 남성들의 전유물”
입력 2016-07-04 18:19 수정 2016-07-04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