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아침 ‘류현진 쇼’ 본다

입력 2016-07-05 04:02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2014년 9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리고 있다. 어깨 수술로 작년 한 해를 통째로 쉰 류현진은 힘겨운 재활을 이겨내고 이달 중순 마운드에 복귀한다. AP뉴시스

지난해 3월 미국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등판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9·LA 다저스)은 공을 던지다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등골이 오싹했다. 이전에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던 곳이었다. 어깨는 투수에게 생명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진통제를 맞은 뒤 등판했지만 ‘역시나’였다. 어깨 통증은 그칠 줄 몰랐다. 정밀검진 결과 ‘어깨 관절와순 파열.’ 어깨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쾌활한 성격의 류현진은 수술 직전까지도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수술 후 재기를 자신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남모를 절망과 슬픔을 가졌을 터다. 사실 어깨 관절와순 파열은 수술 뒤 완치 확률이 7%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투수가 관절와순 파열 뒤 봉합 수술을 받고 제대로 재기한 사례는 거의 없다. 메이저리그에선 커트 실링과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피네다를 제외하면 모두 구위를 잃거나 제구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제이슨 슈미트, 마크 프라이어, 마크 멀더 등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수술 뒤 결국 복귀하지 못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떠났다. 국내에서도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하던 이대진이 수술 후 재기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NC 다이노스의 손민한과 박명환도 길고 긴 재활에 매달렸지만 모두 예전의 구위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전에도 그랬듯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실링과 클레멘스를 떠올렸다. 고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도 재활에 성공해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된 일도 생각했다. 가족과 동료들의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쾌활하게 다저스의 재활 프로그램을 잘 따라갔다.

그래도 재활은 더뎠다. 지난 3월 어깨통증, 4월 사타구니 부상에 이어 5월 말에는 통증 재발로 재활 등판을 중단했다. 언제 선수 생명이 끝날지 모르는 암흑과 공포 속에서 재활을 이어간 것이다. 그래도 특유의 긍정적 사고로 이겨냈다. 류현진은 마지막 통증이 왔을 때도 “어깨 수술이기 때문에 바로 순리대로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 부상 재발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태연해 했다.

결국 류현진은 지난 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싱글 A팀 스톡턴 포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2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투구수 84개를 기록하며 복귀 임박을 알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그의 복귀를 선언했다.

MLB닷컴은 4일(한국시간) 프리드먼 사장의 발언을 인용, “류현진의 복귀가 임박했다. 빠르면 오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그가 선발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만약 8일 복귀가 힘들면 올스타전이 끝난 직후 복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13일 예정돼 있다. 이후 휴식기를 거친 후 16일부터 후반기 열전에 돌입한다. 따라서 늦어도 이달 중순 건강한 모습으로 괴물 투구를 펼치는 류현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2013년 한국 프로야구 소속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 4위인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받고 입단해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는 두둑한 배짱으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볼과 낙차 큰 체인지업을 던지며 한국 프로야구 때처럼 리그를 씹어 먹었다. 2년 연속 14승을 올렸다. 크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어 다저스의 제3선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13년에는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까지 진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의 공백 끝에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이겨내고 ‘괴물’이 돌아온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빅리거 타자들의 맹활약으로 많은 국민들이 기쁜 아침을 맞고 있다. 이제 류현진까지 가세하면 메이저리그에선 ‘완전체’ 코리안 빅리거 군단이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류현진이 합류하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한국산 선발과 마무리를 볼 수 있게 된다. 지난달 말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를 맡은 오승환(34)은 이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9-4로 앞선 무사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오승환은 이날 4점을 내줬으나 그의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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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