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지 내일은 적군… 조국 결승행 위해 4강서 격돌

입력 2016-07-04 18:51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했다. 유럽 정복의 마지막 관문으로 진입하는 비좁은 길목에서 그동안 숨겼던 비수를 꺼내 서로의 급소를 겨누게 됐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4강전에서 적으로 만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아스날 스타플레이어들의 얘기다.

유로 2016 개최국 프랑스는 4일 수도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8강전에서 아이슬란드를 5대 2로 격파하고 4강행 막차에 올라탔다. 이로써 4강 대진표가 완성됐다. 포르투갈과 웨일스는 오는 7일 리옹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8일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대결한다.

대진표는 공교롭게 소속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호흡하는 스타플레이어 동료간 대결구도로 그려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투톱은 포르투갈과 웨일스 싸움판에서 만났다.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는 포르투갈의 최전방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적료(1억 유로·1278억원)를 기록한 가레스 베일(27)은 웨일스 공격진을 이끌고 서로의 골문을 조준한다. 두 달 전 폐막한 2015-2016 시즌까지 ‘베날두(베일+호날두)’로 불렸던 투톱이다.

베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군 주역이다. 16골을 넣고 득점왕을 차지한 호날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지만, 베일이 그 뒤에서 지원사격하지 않았으면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몸값에선 세계 1, 2위를 다투는 경쟁자지만 팀 내에선 형·동생처럼 우애가 깊고 호흡이 잘 맞는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지금은 다르다. 30대로 들어선 호날두는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이 대회에서 포르투갈의 사상 첫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베일은 조국이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본선에서 내친김에 정상까지 밟겠다는 각오로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보다 잘 아는 서로의 약점을 얼마나 공략할지가 중요한 변수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부터 한 세기 넘게 이어진 라이벌매치를 이 대회 최고의 빅매치로 성사시킨 프랑스와 독일의 대결은 ‘아스날 더비’다.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력이 살아나는 프랑스 최전방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30)와 전차군단 독일에서 중원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 메수트 외질(28)은 아스날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다.

창끝처럼 뾰족하게 세로로 늘어선 ‘외지루(외질+지루)’는 아스날 공격대형의 중심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에 살아난 지루의 득점력과 외질의 패스워크는 아스날이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2위였던 토트넘 홋스퍼를 극적으로 끌어내리고 준우승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루는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11골을 넣은 프랑스에서 앙투안 그리즈만(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4골)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여도가 높은 공격수다. 지금까지 3골을 넣었다. 외질은 패스성공률 91%, 점유율 63%로 가장 완벽한 조직력과 중원 장악력을 발휘하는 독일의 키플레이어다. 개인기록은 미미하지만 팀 기록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지루는 이날 아이슬란드와의 8강전에서 2골 1어시스트로 프랑스의 4강 진출을 이끈 뒤 “아스날에서 외질과 함께 발전했지만 지금은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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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