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세곤] 예술교육 활성화와 교육개혁

입력 2016-07-04 18:33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가 암기식, 주입식, 분리식 교육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창의와 융합을 내세우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물론 이 목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손보겠다고 표방한 것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학벌 중심 사회라는 병폐를 뿌리 뽑지 않는 한 대학 입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정 중심 평가, 예술교육 강화, 자유학기제 도입 등 세부 사항들을 보면서 암기가 아닌 체험의, 주입이 아닌 소통의, 분리가 아닌 통합과 융합의, 교육다운 교육이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새 교육과정의 목표인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어 예술이 크게 유용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교육을 통해 이뤄내야 할 6개 핵심역량(자기관리, 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소통, 공동체)을 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의와 감성은 예술과 직결되며 나머지 네 가지 역량 또한 예술의 특성과 깊은 관계를 지닌다. 그러나 예술이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종류건 변화가 가능하려면 일정한 기준 이상의 힘이 작용해야 한다. 소위 임계점에 못 미치는 에너지는 아무리 여러 번 가해져도 대상에 어떤 영향도 못 미친 채 소멸하고 만다.

예술과 관련하여 눈에 띄는 변화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극교육 활성화이다. 자유학기제에는 예술·체육 활동이 중요하게 포함되고 나머지 세 활동도 예술의 활용이 용이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연극의 경우 창의와 융합은 물론 6대 핵심 역량 모두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이번 개정과 맞아떨어진다. 연극이 음악, 미술과 함께 고등학교 일반선택 예술 과목이 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에 각각 대단원과 소단원으로 들어가게 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과연 현실에 변화가 일어날까? 예술을 교육의 병증을 치료해 줄 명약으로 여기고 자진해서 복용해 주면 좋겠지만 완고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교육계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단언컨대 교육과정은 계획이고 선언일 뿐이며 아직은 실체가 아닌 문서에 불과하다. 그것이 현실적 힘을 가지려면 더욱 구체적인 실행 조치들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한 지원센터들을 준비했듯 예술교육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예술교육을 위하여 미술실, 음악실, 연극실, 무용실 같은 필수 시설이나 기자재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교육자와 프로그램일 것이다. 교육자는 일반인 예술교육에 필요한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고,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능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전문예술인 양성이라면 절대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 훈련하는 방식이 맞겠지만 일반인의 경우 대상자 각각에 맞는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또 예술 장르 간에 엄격한 벽을 두지 않아야 하며, 때로 문화나 다른 교과목과도 통합과 융합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술로써 교육이 변하는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 또는 개발해서 보급하고 운영 방법에 대한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예술인들 또한 교육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기꺼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한마디로 교육 당국과 예술계와 일선 초중고 학교와 교육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예술 전공들까지 총체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때 비로소 예술교육의 활성화와 그를 통한 교육 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오세곤 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