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77> 추억의 타잔

입력 2016-07-04 18:32
‘레전드 오브 타잔’ 포스터

추억을 부르는 영화가 공개됐다. ‘타잔의 전설(2016)’.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데이빗 예이츠가 연출하고 스웨덴 출신 알렉산더 스카스고드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직전에 나온 타잔은 월트 디즈니판 아니면 유럽산 애니메이션이어서 실사영화만큼 실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사영화여서 어릴 적 흑백TV에서 보던 타잔의 추억을 되살릴 만하다. 다만 최신 타잔은 타잔의 ‘유니폼’이라고 할 수 있는 가죽 가리개 대신 바지를 입어 위화감을 준다.

타잔은 미국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창작품으로 현대의 고전으로 꼽힌다. 버로스의 또 다른 작품 ‘바숨’ 시리즈의 주인공 존 카터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양대 ‘픽션 히어로’다. 타잔은 1912년 잡지를 통해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책으로는 1914년에 첫 권이 나온 후 모두 25권이 출간됐다. 영화는 일찍이 1918년에 무성영화로 첫 작품이 나온 뒤 지금까지 200여편이 만들어졌다. 타잔 역을 맡은 배우도 초대 엘모 링컨부터 스카스고드까지 21명이나 된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사람이 5대 조니 와이즈뮬러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5개나 딴 수영선수 출신인 그는 타잔 배우 중 가장 많은 12편에 출연했다. 타잔의 특징인 괴성과 어눌한 말투- “나 타잔, 너 제인”-도 그의 영화에서 나왔다. 지금도 타잔 하면 많은 이들이 그를 연상한다.

스카스고드도 와이즈뮬러의 팬이라고 한다. 당초 21대 타잔을 놓고 톰 하디와 헨리 캐빌이 함께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스카스고드가 발탁됐다. 그런데 그가 타잔 역을 수락한 이유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역시 유명 배우인 아버지 스텔란은 아들 알렉산더가 어릴 때부터 함께 와이즈뮬러가 주연한 타잔 영화를 비디오로 지겹게 보고 자랐는데 아들이 타잔이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고 타잔 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엘모 링컨의 최초 타잔 영화가 나온 지 근 100년. 오래된 타잔 영화의 오래된 팬으로서 앞으로도 타잔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김상온 (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