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좌초 자동 인식… 바닷길 이내비게이션 만든다

입력 2016-07-05 00:05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비극이기에 더 아팠다. 이는 세월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선 연평균 1486건의 해양 사고가 발생했고 인명피해(사망, 실종 등)는 203명에 달했다. 주로 인적 과실이 문제였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도 해양 사고의 82%가 인적 과실로 인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IMO는 이 같은 해양 사고를 막기 위해 차세대 해양안전 종합관리 체계인 이내비게이션(Enhanced-Navigation) 도입에 나섰다. 해상과 운항 정보를 디지털·표준화해 선박 운항자에게 맞춤형 해양안전 정보를 제공하자는 게 이내비게이션이다.

IMO는 올해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18년까지 국제 표준화 작업을 거친 뒤 2019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국가 간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이내비게이션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내비게이션 개발을 위해 2013년부터 준비했고 올해부터 이내비게이션 개발을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4일 말했다.

해상 강국 주도한다

IMO 발표 이후 전 세계는 이내비게이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사업비 1308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들어갔다.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선박전자통신산업, 항만정보기술산업, 해상무선통신산업 등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목표다.

특히 해수부는 한국형 이내비게이션을 앞세워 유럽과 미주 등 전통 해양산업 강국 위주의 이내비게이션 논의체계를 전 세계 해운·조선 산업을 주도하는 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 쪽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내비게이션 지역협의체를 한국 주도로 내년 중 창립할 예정이다. 또 이내비게이션 기술 선진국들이 해당 소포트웨어 품질 인증을 기술장벽으로 이용할 것에 대비해 이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품질인증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다. 이내비게이션의 핵심 요소인 항해장비 표준화 지침 마련에도 나섰다. 항해장비 표준화란 주요 항해장비의 핵심 기능이나 화면 표시, 작동법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바다서도 무선통신 강국 뽐낸다

한국형 이내비게이션의 출발점은 바다에서도 휴대폰 통화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중 통신망은 이내비게이션 사업의 사전 단계이자 핵심 인프라다.

이미 해수부는 인프라를 차근히 구축해 왔다. 지난 1월 목포와 제주 간 여객선에서 기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해상통신보다 배 이상 빠른 ‘고속 디지털 해상통신 기술’ 성능 시험을 실시했다. AIS는 선박의 제원, 위치,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장치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AIS를 이용하는 선박과 이를 통해 송수신하는 해상안전 정보가 급격히 늘면서 해상통신망은 과부하가 걸렸고 불안정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엔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이동하는 동해상에서 해수부와 SK텔레콤이 국가 재난안전망의 해상망으로 구축될 초고속 해상무선통신(LTE-M)을 개발, 시연했다. LTE-M은 육지에서 100㎞ 떨어진 해상까지 고속으로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하는 해상통신체계다. LTE-M 구축이 완료되면 운항 중인 선박은 해상에서도 육상의 휴대전화처럼 빠르고 용량이 큰 멀티미디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제2의 세월호 막는다

최고의 기술이 응집된 이내비게이션은 출항 준비부터 입항까지 선박 운항의 전 단계에 걸쳐 실시간 해양안전 서비스 제공과 선박운항 모니터링을 통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박운항을 지원한다. 해수부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이내비게이션을 통해 선박 사고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 이내비게이션은 충돌이나 좌초 등의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해 위험을 미리 경고하고 해양 사고나 위협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변 선박과 구조 지원세력에 신속히 상황을 전파할 수 있다. 실시간 기상정보와 계절별 통항 집중 해역 정보도 선박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맞춤 서비스한다. 이 밖에 해양안전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박의 최단 시간과 최소 유류 소비 항로 선정을 지원하고 입출항 시 필요한 서류를 일괄 취합·분배해 행정업무 간소화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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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