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관련된 금언은 대개 으스스하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거나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미국의 격언과 우리 속담이 그런 사례다. 세금은 사후에도 남겨진다는 면에서 어떻게 보면 죽음보다 질기다.
세금은 불편하고 특히 증세는 논쟁적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증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징세와 증세에 대한 저항감은 원천적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세제와 세정은 국정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 들어 세금이 많이 걷혔다. 국세청은 올 1월부터 5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조9000억원의 세금을 더 징수했다고 3일 밝혔다. 세입 진도비는 전년 동기 대비 7.8% 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의 예상 밖 이익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하듯 괄목할 만한 징세 성과의 ‘세금 서프라이즈’인 셈이다.
초과 세수를 두고 말이 많다. 국세청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기업의 실적 호조, 명목임금 상승과 부동산 활성화로 인한 근로소득세 및 양도소득세 증가, 비과세·감면 축소에 따른 기저효과, 수출 악화에 따른 부가가치세 환급 축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틀린 팩트는 아니지만 와닿지 않는다.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경기침체 때의 세수 증대는 ‘세금 쥐어짜기’라고 나무랐다. 대표적인 것이 최악의 꼼수 증세인 담뱃세다. 작년보다 무려 1조7000억원이 더 걷혔다. 자영업자들의 종합소득세 역시 크게 늘었음은 물론이다.
징세를 대하는 명언이 있다. 세금을 거둘 때는 ‘거위가 모르게 살짝 털을 뽑는 것처럼 하라’는 프랑스 재상 콜베르의 말이다. 오늘의 언어로 얘기하면 세금 문제가 공론화돼 세상을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재정학의 석학 머스그레이브 전 하버드대 교수는 “조세정책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했다. 1965년 7월 대한민국 경제고문단이었던 그의 권고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은 이듬해 3월 국세청을 세웠다. 요즘 세정은 예술 아닌 과학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한마당-정진영] 세금 서프라이즈
입력 2016-07-04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