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에서 태어난 나는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봤고, 커서 어른이 되면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키웠다. 열 살 때였다. 그리고 1994년 한동대 개교 준비를 하면서 나는 또 한 번의 꿈을 꿨다. 지역 한계를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비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해서 남 주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만 한동대생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공부해서 남 주자’고 외치며 타인의 유익 구하기를 원했다. 글자가 ‘나’에서 ‘자’로 바뀔 때 한 사람의 인생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개교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공부해서 남 주는 한동인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쌓여가고 있다.
2001년 한동대 건설도시환경시스템 학생 몇 명이 지도 교수와 함께 캄보디아 시엠립 앙코르와트를 방문했다. 이들은 선교 동아리 ‘NIBC(Not I But Christ)’ 회원들로 앙코르와트의 문화재 성벽 보수 공사 디자인 설계를 위해 자원봉사 차 간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가지고 간 컴퓨터를 들고 주 정부 사무실을 찾았다. 컴퓨터 교육을 제안한 것인데 관리들은 처음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찾아가자 주 정부 관리들 하나둘씩 컴퓨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학생들은 해마다 방학이면 그곳을 찾았고 학생들의 도움과 공로를 인정한 시엠립 주 정부는 아예 NIBC에 학교 부지까지 제공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나 1년을 휴학하면서 유치원 건물을 지어주고 어린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중엔 졸업 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예 자리를 옮긴 한동인들도 10여명이나 된다.
그때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시엠립에는 3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그리고 전문대학이 설립됐고 한동인들은 변함없이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한편 NIBC 정신으로 뭉친 40여명의 졸업생들은 2009년 베트남 호치민 시에 ‘한동건설’을 창립, 베트남 저소득층을 위한 중저가 아파트를 짓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호치민과 다낭에 1000여 세대의 아파트를 건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나는 지난 3월 호치민과 시엠립을 방문해 졸업생들을 만났고 이들의 삶을 보며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창업자 중 한 명인 김규철(98학번, 공간환경시스템 전공)군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 다닐 때 총장님과 교수님들이 안전하고 편한 자리를 포기하고 선교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오신 것을 보면서 ‘저분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침 받은 대로 따라갔습니다. 집에서는 왜 계속 선교지만 다니냐며 반대도 있었지만 학교는 저의 삶과 NIBC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환경 보존 운동가로서 사막지대에 나무를 심는 스마트폰 어플을 개발한 트리플래닛 대표 김형수(06학번)군도 언급하고 싶다. 그가 만든 앱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G20 공식 앱으로 선정됐다. 국제비영리단체 ‘엠트리’를 만든 최영환(99학번)군은 ‘희망의 붓’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청년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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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영길 <17> 해외에서도 열매 맺은 ‘공부해서 남 주자’ 비전
입력 2016-07-04 19:44 수정 2016-07-05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