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앞으로 다가온 일본 참의원 선거(10일)는 올해 일본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로 꼽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지고, 아베 총리가 '정치적 숙원'이라 공언해온 평화헌법 개정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야당들은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 '아베노믹스'와 '헌법 개정' 저지에 나선 모습이다. 평화헌법 개정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주변국들도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 여부 갈림길 드러난다
총리 선출권이 있는 중의원 선거와 달리 참의원 선거는 정권교체 가능성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는 사정이 다르다. 선거 결과가 평화헌법 개정 여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집권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의원에서는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지만 참의원에서는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하고 과반만 점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는 참의원 전체 242명 가운데 절반인 121명만 뽑는다. 임기 6년의 참의원을 3년씩 번갈아가며 절반씩 선출하는 규정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하기 위해선 연립여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당 등 개헌에 동조하는 우익성향 야당을 합친 4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78석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집권 여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에 있어 야당과 격차가 커 아베 정권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집권여당이 지지해온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중순 부패 혐의로 사퇴하고,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엔화가 고공행진을 펼치는 등 정치·경제적 돌발 악재가 생기면서 선거 판세는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전면으로 나온 아베노믹스 심판론
선거는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개헌 문제와 함께 ‘아베노믹스’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발단이 된 것은 아베 총리가 공언해온 소비세율 인상 연기였다. 지난달 1일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년 4월 예정돼 있던 소비세율 인상(8→10%) 시기를 2019년 10월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아베노믹스 성공을 강조해온 그간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겹쳤다. 브렉시트로 아베 총리 취임 이후 4년여간 낮게 유지해온 엔화가 일시적으로 폭등한 것이다. 엔화를 낮게 유지해 일본 기업들의 수출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일본 경기를 살린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빗나간 것이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포화를 퍼부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해외 투기자금을 끌어들여 주가를 높이는 아베노믹스는 위험하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진당 대표는 “지금 일본은 시대의 큰 분기점에 서 있다”며 “분배와 성장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으로 경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야당의 결집, 몸 사리는 아베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야당의 단결이다. 그동안 야당의 분열은 일본 정치권에서 자민당 일당독주가 수십년째 이어진 배경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아베 정권이 야당의 반발 속에도 집단자위권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달라졌다. 승승장구하는 아베 정권이 헌법개정 논의까지 만지작거리며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려 하자 위기감을 느낀 제1야당이던 민주당과 제2야당 유신당은 지난 3월 합당해 민진당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정권 저지’를 제1목표로 천명했다. 민진당과 공산당, 생활당, 사민당 등 ‘야4당’은 선거구당 1명을 선출하는 1인 선거구 32곳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는 등 과거 다른 선거 때와는 다른 강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때문에 아베 총리는 선거가 임박하면서 개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세에서도 ‘개헌’보다는 ‘경제 살리기’ 등에 집중하고 있다.
‘개헌 발톱’을 숨기는 아베의 전략이 통할지, 아베의 경제 실정과 일방적 정국운영에 대한 국민이 폭발이 표심으로 드러날지 앞으로의 5일에 일본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월드뉴스 보기]
☞
☞
☞
☞
☞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저울대 오른 아베… 개헌 날개? 아베노믹스 심판?
입력 2016-07-04 21:24